
레이저 무기 시대 개막과 영국의 전략적 선택
냉전 이후 해군 방공 체계는 미사일이 주도해 왔지만, ‘드래곤 파이어(Dragonfire)’의 실전 배치를 통해 영국은 레이저 무기라는 새로운 전장을 개척하고 있다. 드래곤 파이어는 50㎾급 지향성 에너지 무기로, 무인기·순항미사일·포탄·탄도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 영국 국방부는 2027년까지 4척의 구축함과 호위함에 이 무기를 장착한다는 계획을 세우며, 이는 레이저 방어체계의 실질적 운용을 세계 최초로 입증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1기당 2,210억 원—‘비싼 총알’ 논란과 예산 구조
영국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해군 함정 두 척에 드래곤 파이어를 각기 탑재하는 데 최대 2억 4,000만 파운드(약 4,420억 원)가 소요된다. 이는 1기당 약 2,210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기존 대공 미사일 체계 대비 초기 도입비가 상당히 높다. 이 사업은 2028년 3월 31일까지 진행되며, 필요 시 2032년 12월까지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 재원은 이미 확보된 22억 파운드 규모의 ‘지향성 에너지 및 AI 투자 패키지’에서 충당된다. 영국 정부는 국방예산을 GDP의 2.5%까지 확대하겠다는 청사진과 연계해 이번 사업을 ‘선불금’ 성격으로 규정했다.

37개 광섬유 결합—정밀성과 파괴력의 비밀
드래곤 파이어는 1.5㎾ 레이저 빔 37개를 거울로 결합해 단일 50㎾ 광선을 형성한다. 이 고에너지 빔은 1㎞ 거리에서 1파운드짜리 동전을 명중할 정도로 정밀하다. 또한 포탑형 지향 시스템과 전기광학 센서가 통합돼 표적 탐지·추적·지속 조사가 가능하다. MBDA, 레오나르도 UK, 키네티그가 공동개발에 참여해 광섬유 레이저 소스와 열관리 기술을 최적화했다. 영국 해군은 이 무기를 통해 고속·다수의 드론 공격에 대비하고, 장거리 유도 무기로부터 함정을 방어한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발사비 13달러’의 충격적 경제성—운용 비용 혁명
레이저 무기의 결정적 장점은 탄약이 광자(Photon)이기에 발사비가 극도로 낮다는 점이다. 영국 국방부는 드래곤 파이어 한 발(1회 조사) 비용을 약 13달러(1만 7천 원)로 산정했다. 반면 미국 해군이 운용하는 ‘SM-2’ 함대공 미사일은 1발당 210만 달러(약 28억 원)를 웃돈다. 이런 ‘저탄약 비용’은 장기적 운용예산을 획기적으로 절감해, 초기 구매가가 높아도 전체 생애주기비용(LCC)을 낮출 수 있다. 즉, 드래곤 파이어는 고비용·저탄약 시대의 방공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핵심 카드로 평가받는다.

국제 안보 지형에 던지는 파장과 미래 과제
드래곤 파이어의 실전 배치는 유럽 방위산업에 상징적 의미를 던진다. 러시아·중국이 극초음속 미사일로 요격 회피 능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토 측은 레이저 방어체계로 대응이라는 맞불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레이저 무기는 기상 조건과 대기 간섭에 취약하다는 약점도 가진다. 또한 방열·전력 공급 문제, 국제 해상법에 따른 ‘눈부심 피해’ 등의 법적 이슈가 남아 있다. 영국의 성공 여부는 레이저 무기를 주력화하려는 미국·독일·이스라엘의 차세대 프로젝트에도 지렛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향후 성능 검증 결과와 NATO 연합운용 표준화 과정이 글로벌 군비경쟁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