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감행한 이란 핵시설 공습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선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는 포르도, 나탄즈, 에스파한 등 주요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었다고 발표하며 작전의 성과를 크게 부각시켰다.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 역시 “이란의 핵 야심은 무너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평가가 미국 국방정보국(DIA)에서 흘러나왔다.
CNN이 입수한 DIA의 초기 평가 보고서는 공격이 핵심 시설을 제거하지 못했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고작 몇 달 지연시킨 수준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군사 작전의 명분과 실효성 사이에는 뚜렷한 간극이 존재했다.

30,000파운드 폭탄도 뚫지 못한 지하 요새
이번 작전에는 B-2 스텔스 폭격기가 투입되어, 총 14발의 30,000파운드 벙커버스터 폭탄이 사용됐다. 이 폭탄은 두께 수십 미터의 암반을 뚫고 들어가 지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최상급 무기다. 하지만 DIA 소식통에 따르면, 포르도와 나탄즈에 투하된 이 폭탄들조차 핵심 장비인 원심분리기를 무력화시키지 못했다. 일부 시설에서는 우라늄 농축 장비가 사실상 손상 없이 남았다는 증언도 있었다. 특히 이란은 공격 전 고농축 우라늄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실질적인 피해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운이 아니라, 이란의 정보 능력과 전략적 대비 태세가 미국의 작전을 앞섰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의 기술력이 최신 무기를 갖췄다고 하더라도, 예상 밖의 민첩성과 정보 대응 앞에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핵심은 지상 피해, 지하 시설은 건재
세 곳의 핵시설 중 지상 구조물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지하 핵심 시설은 대부분 보호됐다. 특히 나탄즈와 포르도의 경우, 전력 공급 시스템과 건물 외벽은 손상됐으나 핵심 장비는 비교적 안전하게 남았다. 에스파한에 대해서는 잠수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이 투입되었는데, 이는 이 지역의 핵시설이 너무 깊게 묻혀 있어 벙커버스터조차 제대로 관통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스파한의 하부 시설은 암반 깊숙이 위치해 있어 일반적인 공습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하 요새화 전략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생존력을 극대화한다고 평가한다. 결국 이번 공습은 상징적 성공에는 의미를 가졌지만, 전략적 차원에서는 실질적 타격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보 유출과 정치적 공방 속의 혼란
공격 효과를 두고 정보기관과 백악관 사이의 시각 차이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DIA의 평가가 언론에 유출되자 백악관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대변인 캐롤라인 레비트는 “이 평가는 잘못된 정보에 기반하고 있으며, 국가 안보를 훼손하는 유출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30,000파운드 폭탄이면 완전한 파괴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덧붙였지만, 이는 공격 전 설계된 군사 목표의 범위를 과장하는 발언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공화당 내에서도 공격의 목적은 파괴가 아닌 지연이었다는 주장이 나오며, 트럼프의 선언과는 다른 내부 인식이 존재함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측 역시 미국과 비슷한 평가를 내놓았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부분적으로 지연됐지만, 핵심 시설은 살아남았고, 향후 재건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핵심 목표 파괴라는 이상과 실제 작전의 현실 사이의 간극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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