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는 환경은 사고방식뿐 아니라 말투에도 흔적을 남긴다. 특히 부족함 없이 자란 사람들은 무심코 내뱉는 말에서 ‘세상을 보는 렌즈’가 드러난다.
그 말은 때때로 공감 없이 들리고, 누군가에겐 상처가 된다. 가난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에는 공통된 뉘앙스가 있다.

1. “그 정도 돈도 없어요?”
부족함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돈이 없다는 말에 쉽게 놀란다. 돈이 없는 상황을 단지 ‘관리 부족’으로만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누군가의 빈 지갑은 게으름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일 수 있다. 이런 말은 상대의 현실을 가볍게 무시하는 태도로 들릴 수 있다.

2. “그런 건 그냥 사면 되지 않아요?”
‘그냥’이라는 말에는 무지가 숨어 있다. 어떤 사람에겐 일상의 소비도 여러 번 계산하고 망설이는 문제다.
단지 카드 한 장 긁으면 되는 일이, 누군가에겐 며칠을 고민해야 하는 큰 결정일 수 있다. 이 말에는 ‘돈의 무게’를 느껴본 적 없다는 흔적이 묻어난다.

3. “그걸 왜 아껴요?”
누군가는 낡은 물건을 아끼고, 세일만 기다리며 살림을 한다. 그런데 풍족하게 자란 사람은 그런 절약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껴 쓰는 습관이 체화된 사람에게 이런 말은 삶의 존엄을 무시당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절약은 수치가 아니라 생존의 기술이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4.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가난을 모르는 사람이 이 말을 할 때는 다르게 들린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 ‘전부가 아닌 것’조차 지킬 수 없을 때 사람은 무너진다.
가난의 현실은 철학이 아니라 체험에서 온다. 그러니 이 말은 경험 없는 위로로 들리기 쉽다.

말은 세계관의 반영이다. 가난을 모른다는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타인의 현실을 쉽게 판단하고 말해버리는 건 분명한 태도의 문제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선, 최소한 말을 아껴야 한다. 말이 깊어지려면, 먼저 세계를 좁게 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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