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례적 통보…유엔사 통해 ‘철책 설치 작업’ 공식 전달
북한이 최근 비무장지대(DMZ) 내 철책 설치 작업에 대해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에 공식적으로 통보한 사실이 확인되며 주목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DMZ 내 활동은 유엔사에 사전 통보해야 하지만, 북한은 지난 수년간 이에 대한 절차를 무시한 채 무단으로 병력과 장비를 투입해왔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6월 25일, 유엔사-북한군 간 통신선을 통해 DMZ 인근의 ‘경계선 확장 작업’ 계획을 전달했다. 이 작업은 기존에 북한이 진행 중이던 삼중 철책 구축과 대전차 방벽 설치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유엔사 측은 해당 통보 내용을 검토한 뒤, 남측 정부에 관련 사실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작업 개시 전 유엔사에 직접 작업 내용을 통지한 첫 사례는 아니지만, 최근 약 8개월 만에 다시 이뤄진 통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남북 간 연결 철로 일부 구간을 폭파하기 직전에도 유사한 통보가 있었지만 이후 별다른 사전 고지는 없었다.

반복되던 무단 활동…이번엔 왜 사전 통보했나?
북한은 2023년부터 DMZ 내 단절 조치를 본격화하며, 경의선·동해선 등 남북 연결 구간의 철도 및 도로를 사실상 파괴해왔다. 여기에 더해 다수의 병력을 투입해 대전차 방벽을 세우고 철책을 촘촘히 설치하며 MDL 인근 지역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러한 작업은 유엔군사령부가 승인한 정전협정 제1항을 위반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음에도, 북한은 수차례 이를 통보 없이 진행해왔다. 특히 겨울철 작업이 일시 중단되었다가 2024년 봄부터 다시 본격 재개되었으며, 당시에도 사전 통보는 없었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작업 이전에 유엔사에 계획을 통보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태도에 일정 부분 변화가 감지된다.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통신선을 통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일 수 있다”며, “외교적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발신하려는 전략적 판단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남북 간 소통의 가능성?…조심스러운 낙관론
일각에서는 이번 통보가 단순한 군사작전 사전 고지 차원을 넘어, 남북 간 소통 재개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올해 초 ‘남한은 적대적 별도 국가’라는 노선을 공식화한 이후, 일체의 대화 시도를 중단한 상황에서 나온 이번 조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은 2023년부터 사실상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의 전면 폐쇄, 군사공동위원회 무력화, GP 복원 등 일방적 행동을 반복해왔고, 이에 대한 유엔사 통보도 전무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온 이번 철책 작업 사전 통보는 단순한 실무적 행위 이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DMZ 작업을 공식 통보한 것은 긴장 완화 가능성의 신호로 볼 수도 있지만, 실제 행동이 동반되지 않는 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국방부는 해당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발적 충돌 방지에 최우선을 두고 DMZ 일대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통보 내용은 ‘경계선 확장’…작업 의도는 여전히 불분명
북한이 유엔사에 전달한 통보문에는 ‘경계선 확장’이라는 표현이 명시되었지만, 실제 작업의 의도와 범위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철책 설치 작업 외에도 기존 방벽 강화, 추가 감시초소 설치, 군 장비 재배치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DMZ는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적 활동이 제한되는 지역이지만, 북한은 이를 내부 방어시설 확충의 일환으로 해석하며, 점진적으로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여왔다. 특히 철책과 대전차 방벽은 단순 방어를 넘어 침투·정찰 차단 및 무력시위 수단으로 활용된 바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경계선 확장이라는 표현은 다분히 정치적 수사일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는 남북 간 군사적 경계선의 명확화를 의도한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남북 간 군사협력 해체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군의 대응 방향…긴장 완화 노력은 계속될 것
국방부는 북한의 이번 통보를 의미 있는 변화의 조짐으로 보면서도, 동시에 전면적인 태도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남북 간 군사적 신뢰가 사실상 단절된 상태인 만큼, 유엔사 통보 하나만으로 국면 전환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군은 현재 DMZ 전역에서 정찰 자산을 활용한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북한의 공사 진척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DMZ 내 초소와 작전병력에 대한 대응 매뉴얼 정비도 진행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측이 향후에도 유엔사에 지속적으로 작업을 통보하거나, 실질적인 군사행동 중단 조치를 병행할 경우, 향후 소통 복원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긴장을 유지하되, 대응은 신중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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