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사 아버지의 반대, 말도 꺼낼 수 없던 소년의 꿈
배우 변요한은 어릴 적부터 남들과는 조금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집안 분위기는 엄격했고, 아버지는 목회자였다. 성경 말씀이 일상처럼 스며든 가정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드러내거나 자기 의견을 쉽게 꺼낼 수 없는 분위기 속에 살았다.
예술적인 기질을 드러내기엔 조심스러운 환경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그의 마음 한켠에는 무대에 대한 동경이 자라나고 있었다. 중학생 시절, 학교에서 우연히 참여하게 된 연극반 활동이 인생을 바꾸는 시작이었다.
평소 말이 없던 아이가 무대 위에 서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몰입했고, 그 경험은 꿈을 향한 불씨가 되었다. 그러나 배우가 되겠다는 말을 집에서 꺼내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예고 진학은 포기한 채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 연기라는 한 줄기 희망, 평범한 청년의 반전 선택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그는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을 쉽게 접지 못했다. 아버지의 뜻을 따라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군 복무까지 마친 후에도 자신의 길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주변의 만류와 경제적 여건 등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그는 결국 24살의 나이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미 또래보다 한참 늦은 시작이었지만, 그는 누구보다 간절했고 진지했다.
한예종 재학 시절, 그는 하루에 몇 편씩 단편 영화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일 년에 30편 가까운 독립영화를 찍으며 경험을 쌓았다.
무명 배우 시절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던 덕분에, 다양한 캐릭터를 체화하고 감정을 소화하는 능력은 급격히 성장했다. 당장 데뷔작 하나가 없던 시절에도, 그는 매 순간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쉼 없이 움직였다.
📺 ‘미생’으로 이름을 알리다, 모든 게 달라진 순간
그렇게 흘러간 시간 속에서 2014년, tvN 드라마 ‘미생’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직장인의 고단한 현실을 그린 이 작품에서 그는 한석율 역을 맡아 얄밉지만 밉지 않은 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뚜렷한 이미지와 정확한 대사 전달력, 그리고 현실적인 표정 연기는 신인답지 않은 몰입감을 안겨주었다. 많은 이들이 “저런 신입사원 실제로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이름이 사람들 사이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미생’의 성공은 단순한 인기 상승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 출연 제의가 잇따랐고, 다양한 장르의 캐릭터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단단하게 준비된 배우였다. 유명세가 갑자기 쏟아졌음에도 흐트러짐 없이 매 작품에 최선을 다했고, 신뢰감을 쌓아갔다.
🏆 청룡·백상·대종상까지, 믿고 보는 배우로 우뚝
2022년,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변요한은 이순신 장군의 측근인 장수 역으로 분해 전투 장면부터 무게감 있는 대사까지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그 결과, 그는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비롯해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 남우조연상을 모두 휩쓸었다. 짧은 대사 속에서도 인물의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는 능력, 그리고 디테일한 감정선 조절은 그가 단순한 ‘주목받는 배우’가 아닌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상 소감에서 “받을 줄 알았다”는 자신감 넘치는 멘트를 남긴 그는 평소의 소심한 모습과 달리 배우로서 확고한 자부심을 보여줬다. 실제로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무대에 서는 순간이 가장 살아있는 느낌”이라며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연기는 그의 삶을 이끌어주는 동력이며 정체성이다.
🌌 부모의 뜻을 거슬러 이룬 길, 그리고 여전히 남은 여운
목사인 아버지에게 연기를 한다고 말했을 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대에서 진심을 보여주고, 드라마 속 인물로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낼 때마다 그는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였다고 믿고 있다. 지금도 종종 “그때 한마디라도 해볼 걸”이라는 아쉬움이 들지만, 그 선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차갑게만 보였던 종교적 규율 속에서도 스스로 불씨를 지켜낸 한 소년이, 끝내 대중 앞에 자신만의 언어로 감정을 건넬 수 있게 되었다. 변요한이라는 이름에는 단순한 ‘연기’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그것은 버티고 기다리고 도전했던 수많은 시간의 무게,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었던 한 인간의 고백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