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험기 겨우 두 번 뜬 칸 프로젝트
한 군사전문 매체 보도에 따르면 터키 항공우주산업(TAI)의 수장 메흐메트 데미로글루는 핵심 프로토타입들의 첫 비행이 공급망과 제조 지연으로 대폭 미뤄진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P0 시험기는 지상 엔진용으로 설계됐다가 급하게 시험비행에 투입되어 단 두 차례의 비행만 성공했다고 한다. 양산형에 가까운 P1·P2·P3 시리즈마저 제대로 띄우지 못하면서 실기 일정이 산으로 가는 모습이다.
P1의 첫 비행은 원래 올해 말 예정이었으나 2026년 1분기로 미뤄졌고 P2는 2026년 2분기, P3는 2027년 초로 연기됐다. 6대를 만들어 ‘미친 듯이 비행’시킨다던 목표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이런 일정 지연은 개발 역량에 대한 의문을 부추기며 프로젝트의 신뢰도마저 흔들고 있다.
2028년까지 납품? 현실화 가능성 낮아
심각한 문제는 터키 공군에 대한 2028년 말 블록 10 버전 납품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다. 데미로글루는 블록 10 개발의 ‘한계를 설정’하겠다고 밝히며 기능 축소를 시사했다. 파리 에어쇼에서 이러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기대했던 완성형 스펙이 아닌 최소 기능 위주로 타협하는 방향으로 선회되는 분위기다. 지금처럼 프로토타입 비행조차 연기된다면 2028년 내 실기 납품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계약? 현실성이 의문
더 큰 문제는 인도네시아와의 48대 계약이다. 아직 제대로 된 프로토타입 하나 띄우지 못한 상황에서 해외 고객에게 대량 주문을 약속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인도네시아는 관심 표명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데미로글루는 ‘사실상 확정’이라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착실한 설계와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문을 받고 나중에 성능미달 위험이 현실화된다면 해외 시장에서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과거 T‑70 헬기 실패의 그림자
인터뷰에서 데미로글루는 “움직이긴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솔직히 평가했다. 이는 2014년 T‑70 헬기 사업 실패를 떠오르게 한다. 터키가 수출 계약을 따낸 뒤 미국 제재로 부품 수출이 중단돼 109대 중 38대만 조립됐던 전례가 있다. 같은 실수가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으며 기술력 부족과 외교 변수에 휘둘릴 때 프로젝트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된다.
칸 전투기 개발은 터키 방산업계의 도전 정신을 보여주지만, 현실을 무시한 낙관은 위험요소다.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고객에게 기술이전·현지 생산 약속까지 내걸었지만, 정작 프로토타입 설계조차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기술·공급망·제조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규모 수주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지켜야 할 신뢰와 현실
터키 칸 전투기 프로젝트는 ‘5세대 도전’이라는 대규모 야심을 보여주지만 일정 지연과 과도한 약속은 오히려 방산업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과거 실패 사례를 거울삼지 않으면 기술력 부족과 정치·외교 변수에 다시 좌초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향후 몇 달간 첫 비행 일정과 인도네시아의 계약 의지, 납품 조건 등이 냉정히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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