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여름밤,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일상의 피로를 날려주는 듯하지만, 아침이 되면 후회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여름철 숙취가 유독 심하게 느껴지는 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 때문이다. 땀과 열기, 체내 수분 손실, 과한 음주는 모두 숙취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런데 최근 의사 1,000명이 공통적으로 추천한 숙취 해소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바로 ‘충분한 수면’이었다. 아래는 수면이 왜 술을 잘 깨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를 설명한 내용이다. 이유를 알고 나면, 숙취에는 약보다 잠이 우선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1. 간 해독 기능은 수면 중에 더 활발히 작동한다
알코올이 몸속에 들어오면 간은 이를 분해하기 위해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을 처리하게 된다. 이 물질은 숙취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고, 이를 신속히 분해하지 못하면 두통, 구토, 피로감이 심해진다.
수면 중에는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져 간의 대사 기능이 극대화된다. 즉, 잠자는 동안 간이 술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깨어 있을 때보다 수면 중의 해독 속도가 높기 때문에 숙취가 남지 않도록 돕는다. 술 마신 다음날 아침까지 머리가 무겁지 않으려면, 충분한 수면이 가장 기본이 된다.

2. 수면 중 분비되는 호르몬이 신체 회복을 촉진한다
사람이 잠에 들면 멜라토닌, 성장호르몬, 회복효소 같은 다양한 생리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들이 바로 회복의 핵심 역할을 한다. 멜라토닌은 뇌의 피로를 줄이고 신경 전달을 안정시키며, 성장호르몬은 세포 재생과 면역력을 강화시킨다.
특히 술을 마셨을 때 손상된 간세포나 위 점막, 뇌신경은 이 호르몬들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수면이 깊을수록 이런 회복 작용은 더 강해진다. 그 반대로, 잠을 설친 날엔 몸살처럼 숙취가 몰려오는 것도 바로 이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3. 숙면은 탈수 상태를 회복하고 전해질 균형을 되찾게 한다
술은 강한 이뇨작용을 일으켜 수분과 전해질을 빠르게 배출한다. 여기에 여름철 고온다습한 날씨까지 겹치면 체내 수분은 빠르게 줄어들고, 탈수 상태에 빠지기 쉽다. 이렇게 되면 숙취가 더욱 심해지고 두통이나 근육통 같은 증상도 동반된다. 그러나 수면을 통해 체온이 안정되고 땀 분비가 줄어들면 탈수 회복이 가능해진다.
또한, 몸이 휴식 모드로 전환되면서 수분 재흡수와 전해질 조절이 가능해진다. 술 마신 다음 날 아무리 물을 많이 마셔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 회복이 느린 것도 이 때문이다. 잠을 잘 자는 것만으로도 수분 대사가 회복되어 숙취를 줄일 수 있다.

4. 수면 부족은 오히려 숙취를 악화시킨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술 먹고 자면 덜 취한다’고 알고 있지만, 정작 숙면을 못 하고 자주 깨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이 수면을 유도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얕은 수면을 유발하고 렘수면을 방해한다. 그 결과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숙취는 더 심해진다. 수면 시간이 짧거나, 자다가 자주 깨는 사람일수록 다음날 알코올 분해 속도가 느려지고 피로감은 극대화된다.
머리가 지끈거리거나 입이 마르고 집중이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충분하고 깊은 수면이 없다면 숙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 술을 잘 깨려면, 잠을 잘 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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