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든 오후, 조용한 방 안. 폭신한 회색 방석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여유롭게 앉아 있습니다. 꼬리는 길게 늘어뜨려져 있고, 앞발은 가지런히 모아 정면을 향하고 있죠. 마치 오래된 신사의 포즈처럼, 그의 앉은 자세에는 어딘지 모를 기품이 묻어납니다.

그런데 그 고요함을 깨듯 주인이 휴대폰을 들어올립니다. 카메라 렌즈가 고양이를 향하자—그 순간, 고양이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눈썹 사이에 힘이 살짝 들어가고, 귀의 각도가 미세하게 조정됩니다. 방금 전까진 그냥 쉬던 모습이었는데, 카메라가 겨눠지자 이내 자세를 고쳐잡는 모습. 앞발을 살짝 들어 올려 무게중심을 바꾸고, 고개를 기울여 턱선을 강조하듯 세운 자세. 마치 이런 말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잠깐, 이왕 찍는 거 멋지게 나와야지.”

고양이의 눈빛엔 거울을 본 듯한 자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방석에 촤악 내려앉은 털도 평소보다 더 가지런해 보이고, 앉은 자세에선 자연스러움과 연출된 듯한 ‘노련미’가 공존하죠. 주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셔터를 누릅니다. 이건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순간을 아는 고양이와 인간의 교감입니다.

레딧 한 이용자는 “이 고양이는 확실히 자기 베스트 앵글을 알고 있어. 사람보다 낫다니까.”라며 감탄을 남겼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사진만 찍으려 하면 갑자기 자세를 고쳐 잡는 반려동물, 또는 친구? 어쩌면 이 고양이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카메라 앞에서 ‘보이고 싶은 나’를 연출하곤 하죠. 이건 단순한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그 순간을 더 빛내고 싶다는 마음이 아닐까요?

사진 한 장이 담는 건 단순한 모습이 아닌, 존중받고 싶은 마음, 특별해지고 싶은 감정일지 모릅니다. 고양이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그 마음이 선명히 느껴지죠. 그러니 다음번에 카메라를 들이댈 땐, 그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떠올려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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