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일본 전통 수산시장, 도요스시장(豊洲市場)에서 참치 경매를 직접 보는 것이다. 한때 세계 최대 어시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쓰키지 시장이 2018년에 폐쇄되면서, 현재는 도요스시장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어시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현대적이고 체계적인 시설, 그 속에서 이뤄지는 일본 전통 수산물 경매는 마치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참치 경매를 보기 위해 도요스시장에 다녀온 경험을 시간대별로 정리하고, 관람 팁과 유의사항도 함께 소개해 본다.
📍 도요스시장 위치와 기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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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도쿄도 고토구 도요스 6-5-1 (豊洲6丁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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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일: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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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역: 유리카모메선 ‘시장앞역(市場前駅)’, 도보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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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시간: 오전 5시~오후 5시 (경매 관람은 새벽 시간대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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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무일: 일요일, 공휴일, 수요일 일부
도요스시장은 쓰키지보다 훨씬 깔끔하고 냄새가 적으며, 온도 관리도 철저하다. 관광객에게도 열려 있지만, 상업 활동이 핵심인 곳이라 방문 시 조용히, 방해되지 않도록 관람해야 한다.
🕓 참치 경매 관람은 몇 시에?
참치 경매는 매일 새벽 5시 30분~6시 30분 사이에 진행된다.
하지만 관람을 원할 경우 적어도 새벽 4시 30분에는 도착해야 한다.
관람은 예약제가 아니라 선착순, 관람 구역에 따라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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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관람구역: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안전하게 경매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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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형 관람데크: 보호창 없는 가까운 거리에서 경매 분위기를 직접 체험 가능. 이 구역은 평일 기준 하루 120명 한정 입장, 오전 5시부터 번호표 배부.
나는 보다 생생한 체험을 위해 오픈형 관람데크 쪽으로 입장했다. 전날 밤 3시에 호텔을 나서 첫차를 타고 도착했는데, 이미 나처럼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20명 넘게 있었다.
🎣 참치 경매, 그 생생한 장면
경매장은 넓은 창고형 공간 안에 거대한 참치들이 줄지어 누워 있는 구조였다. 크고 작은 냉동참치가 일렬로 나열되어 있고, 각 개체 옆에는 등급표, 중량, 생산지 등이 표시되어 있다.
경매에 앞서 구매자들이 참치의 꼬리 단면을 랜턴으로 비추고, 색상과 지방 분포를 꼼꼼히 확인한다. 간혹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보며 탄력을 체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경매가 시작되면 빠르게 손을 들고 숫자를 외치는 모습이 압권이다. 일종의 암호 같은 숫자 언어, 독특한 손짓이 오가며, 일사분란하게 거래가 성사된다. 짧게는 10초, 길어야 1분 내에 한 마리의 참치가 낙찰된다.
이런 거래가 1시간 동안 수십 번 반복된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경매인, 중매인, 감별사들이 수년간 쌓아온 감각과 노하우가 농축된 현장이다.
📸 사진 촬영과 관람 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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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사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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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장 내 절대 소리 내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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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직원이나 경매 참가자와 눈 마주치거나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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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관람구역에서는 삼각대 사용 금지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최대한 조용하고 빠르게 찍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오픈형 데크에서는 내부 소리가 잘 들리기 때문에, 사소한 소리도 경매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 경매 관람 후 즐길 거리
도요스시장에는 경매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
가장 유명한 것은 시장 내 초밥 식당들. 일부 가게는 새벽부터 긴 줄이 이어지지만, 그만큼 신선하고 맛있는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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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와스시: 쓰키지 시절부터 유명한 가게. 오전 6시 오픈, 1시간 대기는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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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다이: 참치, 성게, 이카 등 신선도 뛰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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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미: 덮밥 위주 메뉴, 혼밥에도 적합.
또한 참치 해체 쇼를 운영하는 가게도 있으니, 경매 후 이어서 감상하면 흐름이 자연스럽다.
💡 도요스시장 방문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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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매우 추우니 외투 필수. 내부 온도가 5도 이하인 곳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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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은 미끄럼 방지용 운동화 추천. 물기가 있는 바닥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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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차 시간 확인 필요. 유리카모메선은 보통 5시부터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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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긴자, 시오도메, 신바시 근처 추천. 시장 접근성 좋고, 첫차 환승도 쉬움.
또한 방문 전날, 도요스시장 공식 홈페이지나 트위터로 당일 개방 여부 확인은 필수다. 불가피하게 일반인 관람을 제한하는 날도 있기 때문이다.
🔄 쓰키지와 도요스의 차이점?
항목 |
쓰키지 시장 |
도요스 시장 |
운영 |
1935~2018 폐쇄 |
2018년 이후 운영 중 |
위치 |
츄오구 |
고토구 도요스 |
시설 |
노상, 전통적 분위기 |
현대적 건물, 위생적 |
관람 방식 |
자유 관람 |
지정된 구역에서만 관람 |
식당 |
시장 안 + 외부 상가 |
시장 내 식당가로 집중 |
쓰키지가 ‘정감 있는 재래시장’이라면, 도요스는 ‘기능과 위생 중심의 유통기지’다. 정서적으로는 다르지만, 경매의 박진감은 여전히 살아 있다.
📝 총평
도요스시장에서의 참치 경매는 단순한 볼거리 그 이상이다. 일본의 식문화, 상거래, 전통이 집약된 공간에서 한 마리의 생선이 어떻게 가치를 갖는지, 그리고 어떻게 유통되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관광지처럼 꾸며지지 않았기에 오히려 진짜 일본을 보고 왔다는 기분이 든다. 아침 4시에 일어나 시장에 가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 새벽의 긴장감과 활기찬 경매 현장은 분명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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