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명품 소녀”에서 대세 배우로, 최리의 반전 성장 스토리
고려청자보다 더 화제였던 미모, 진품명품 여고생의 등장
2013년, KBS1 ‘TV쇼 진품명품’에 한 여고생이 교복을 입고 등장했다. 집안의 800년 된 고려청자 연적을 들고 나온 그녀는 “TV에 출연하고 싶어서 집안 대표로 나왔다”는 솔직한 고백과 해맑은 미소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당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무용과에 재학 중이었던 그녀의 이름은 바로 최리였다. 성인 위주로 출연하던 프로그램에 등장한 풋풋한 여고생, 거기에 또렷한 이목구비와 순수한 분위기까지 더해져, 방송 직후 “진품명품 소녀”라는 별명과 함께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최리의 등장은 단순한 미담이 아니었다. 그녀는 방송 후 “고려청자보다 얼굴이 더 진품”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만큼, 단 한 번의 출연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때의 인연은 훗날 연기자로서의 길을 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무용에서 연기로, 예술적 감각과 노력의 집약체
최리는 경상남도 거창 출신으로, 어머니의 권유로 어린 시절부터 무용을 시작했다. 거창여자중학교를 졸업한 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무용과에 진학해 서울로 상경했다.
처음에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좌절도 있었지만, 남몰래 피나는 연습과 도전 끝에 중앙대학교 한국무용과에 진학, 대학 첫 학기에는 학과 수석까지 차지했다. 무용 콩쿠르 1등, 각종 예술제 수상 등 예술적 재능과 끈기를 두루 갖춘 인물이었다.
무용을 통해 감정 표현과 무대 경험을 쌓은 그는,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 “무용만 하는 무용수가 아니라, 다양한 예술을 펼치는 종합예술인이 되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다짐처럼, 그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영화 ‘귀향’으로 연기 인생의 첫걸음
최리의 본격적인 연기 데뷔는 2016년 영화 ‘귀향’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서, 그는 어린 무녀 ‘은경’ 역을 맡아 깊은 슬픔과 위로를 담아냈다. 연기 경험이 거의 없던 신인이었지만, 무용수로서의 감정 표현과 집중력,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만남에서 얻은 진정성이 더해져,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귀향’은 358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자, 사회적 의미가 큰 작품이었다. 최리는 이 영화로 제53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설된 ‘뉴라이징상’의 1호 수상자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상은 한국영화계의 차세대 배우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최리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드라마와 스크린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활약
영화 ‘귀향’ 이후 최리는 드라마와 영화, OTT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 드라마 ‘도깨비’: tvN ‘찬란하고 쓸쓸하神-도깨비’에서는 김고은의 사촌 경미 역으로 출연, 얄밉지만 허당기 넘치는 모습으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김고은, 공유 등과의 호흡도 화제가 됐다.
-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 이병헌 주연의 이 작품에서 주인집 딸 ‘수정’ 역을 맡아 발랄하고 따뜻한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 작품으로 제38회 황금촬영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지수, 정채연, 진영 등과 함께 청춘 로맨스의 한 축을 맡아, 로맨틱하고 현실적인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국내외 팬덤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 드라마 ‘붉은 단심’: KBS2 월화드라마에서 병조판서의 철없는 딸이자, 야망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조연희’ 역을 맡아, 복합적인 감정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이외에도 ‘배심원들’, ‘산후조리원’, ‘이리와 안아줘’, ‘마녀의 법정’ 등 다양한 작품에서 조연과 주연을 넘나들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무용수의 감각, 배우로서의 깊이
최리의 연기에는 무용수로서 쌓아온 감각과 내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무용에서 배웠다. 연기할 때도 감정의 흐름을 몸으로 먼저 느끼고, 그다음에 대사로 풀어낸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귀향’에서 살풀이춤 장면은 영화의 핵심 감정선을 이끄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어린 시절부터 무대에 서며 쌓은 자신감과 집중력, 그리고 예술에 대한 진지한 태도는 배우로서의 성장에도 큰 자산이 됐다. 좌절과 도전을 반복하며 얻은 경험은, 어떤 배역이든 깊이 있게 소화하는 힘이 됐다.
진품명품보다 빛나는 진짜 진품, 배우 최리
최리의 인생은 한 편의 성장 드라마다. 고려청자보다 더 화제였던 미모의 여고생에서, 깊이 있는 연기력과 예술적 감각을 갖춘 대세 배우로 거듭나기까지. 그는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앞으로도 최리는 다양한 작품과 무대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과 진심을 담아내는 배우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진짜 진품은 결국, 자신의 꿈과 열정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몸소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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