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빠진 합참의장 공동성명…보이지 않는 균열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에서 발표된 공동 성명은 작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2024년에는 명시적으로 언급됐던 “중국의 공격적 행동”이나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 “대만해협의 평화”와 같은 문구가 모두 빠진 것이다. 또한 북·러 간 군사 협력에 대한 표현도 기존의 “규탄”에서 “논의” 수준으로 낮춰졌다.
미국 합참의장이 공개석상에서 “북한과 중국의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을 언급하며 강경한 기조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성명에는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러한 배경에는 이번 회의의 주최국인 한국이 초안 작성에서 보다 온건한 접근을 시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한·미·일의 안보 공조에 있어 한국의 입장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엇갈린 메시지
한편 같은 날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유사한 기류가 감지됐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일본 외무성 역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며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해 미국과 함께 공동 대응할 것이라 천명했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는 중국이나 북·러 관련 언급 없이 “남북 대화 재개”라는 메시지만 강조했다. 이는 한·미·일이 공동 대응 메시지를 조율하던 과거의 모습과는 대조적인 장면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은 중국과 북·러에 대해 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은 그 틈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스탠스 차이는 향후 3국 안보 공조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러 군사 협력 강화…1200만발 포탄, 미사일 기술 교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일 방북한 러시아 외무장관을 끌어안으며 “북·러는 전략적 동맹으로 모든 전략적 문제에 견해를 함께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포탄 수량은 1200만 발 이상으로 추산되며, 러시아는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 탄도미사일 및 잠수함 기술을 넘기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의 협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탄약 부족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북한발 포탄을 사용한 정황이 여러 차례 포착되었다. 북·러의 군사적 밀착은 동북아 안보 지형을 넘어 유럽의 전략 환경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그 연결고리가 날로 굳건해지고 있다.

북·중 관계도 복원…우호 조약 연회에 고위급 참석
북한과 중국의 관계 역시 최근 뚜렷한 복원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이 주최한 북·중 우호조약 체결 기념 연회에는 양국 모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며 외교적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한때 미묘한 긴장이 감돌았던 북·중 관계가 다시 끈끈한 전략적 협력 수준으로 복귀하는 분위기다.
특히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커지면서 중국이 북핵 문제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 공조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한국 외교와 안보 전략에도 새로운 긴장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북·중·러가 동시에 한국과 미국의 전략적 포위망을 구축하는 형국이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동맹국에 ‘중국 견제’ 분담 요구…다음은 한국?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럽 및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중 견제에 대한 분담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12일 보도된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대만 해협에서의 유사시 일본과 호주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청했으며, “다음은 한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는 주한미군 규모 조정이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과 맞물려 한국에 실질적인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트럼프는 한미동맹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적 실리를 극대화하려는 접근을 택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조는 향후 미국의 정책 변화와도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될수록 한국에 대한 양자택일 압박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흔들리는 3각 공조…한국의 전략적 선택 기로
현재 북·중·러 결속은 과거보다 훨씬 명확하고 단단해지고 있다. 반면 한·미·일 공조 체계는 외형상 유지되고 있지만 그 내면에서는 미세한 균열이 감지된다. 한국이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할 경우, 미국과 일본이 구축한 ‘가치 연대’에서 이탈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이는 곧 전략적 신뢰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한국이 자주적 외교 노선을 견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안보가 경제보다 우선되는 국제 질서 속에서 균형외교가 통할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북·중·러가 공고한 전략 동맹으로 움직이는 지금, 한국은 과연 미·일과 함께 확고한 입장을 공유하며 대응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전략적 모호성을 지속하며 위험한 경계선에 머물 것인지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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