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징병제 부활 논의 본격화
독일이 다시 징병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두고 정치권과 군 당국 사이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2011년 모병제로 전환한 이후 14년 만에 다시 의무복무제를 검토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까지 포함한 전면적 징집제가 언급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이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등장했으며, 독일 역시 자국의 국방역량을 강화하려는 새 정부 기조에 따라 적극 검토 중인 사안으로 떠올랐다.

여성 징집론 주장한 국방위원장
이번 논의의 중심에 선 인물은 독일 연방의회 국방위원장 토마스 뢰베캄프다. 그는 주간지 슈테른과의 인터뷰에서 “해마다 학업을 마치는 70만명 중 실제 군 복무를 선택하는 이는 고작 1만 명”이라며, “자유와 번영을 누리기 위해선 타인의 희생에만 기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녀 모두에게 일반 의무복무제를 적용해야 하며, 이는 군 입대뿐 아니라 공공기관에서의 일정 기간 복무까지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단순히 병력 보강 차원을 넘어 사회적 연대와 국가 방위의 공동 책임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나토 병력 확대 요구가 불씨
독일 내 징병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병력 확대 요구다. 최근 나토는 독일에 최소 7개 여단, 약 4만 명 규모의 병력 확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따라 독일 국방부는 기존 연방군 병력(약 18만 1000명)에서 33% 이상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병력 충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자원입대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징병제 재도입 논의에 불을 붙였다.

정치권도 징병제에 전향적 입장
헤닝 오테 연방의회 국방특임관은 최근 국방부가 추진 중인 병역법 개정안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징병제 재도입을 올해 안에 의회에 공식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한때 막사와 교육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징병제 재도입에 부정적이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 역시 “시설 확충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입장 변화는 독일이 단순한 병력 확보를 넘어 전시 대응 능력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총리의 ‘강력한 군대’ 선언과 맥락
프리드리히 메르츠 신임 총리는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를 사실상 적국으로 규정하며 “독일 연방방위군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재래식 군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 탈퇴 가능성을 시사하며 유럽에 자강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으로, 독일이 미국 안보우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방위 역량을 갖추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군사력 강화, 병력 확대, 병역 제도 재검토 등의 흐름이 독일 안보정책의 핵심 기조로 자리잡고 있다.

전쟁 대비 강조하는 군 수뇌부
독일군 최고위 관계자들도 전시 상황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요구하고 있다. 연방군 합참의장 격인 카르스텐 브로이어 육군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나토와의 대결의 연장선으로 본다”며, “러시아가 2029년 이전에 나토 회원국을 침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오늘 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해 안보 대응의 시급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위기 대응이 아닌 본격적인 전시 대비태세를 의미하며, 여성 징집론을 포함한 전면적인 병역제 개편 논의의 근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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