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철이 되면 비에 젖은 옷으로 실내에 들어오는 일이 많아진다. 대부분은 ‘조금 불편하긴 해도 괜찮겠지’ 하고 젖은 옷 그대로 소파에 앉거나 방 안으로 들어가지만, 그 찰나의 방심이 곰팡이와 세균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특히 젖은 옷을 입고 있는 것 자체가 피부 건강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실내 전체의 습도와 벽지, 가구, 공기 질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장마철 건강 관리는 단순히 외출 후 샤워에 그치지 않는다. 젖은 옷을 당장 벗어야 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젖은 옷 한 벌이 실내 습도를 급격히 높인다
젖은 옷은 마르기 전까지 수분을 계속해서 공기 중으로 방출한다. 특히 실내에서 벗지 않고 착용한 채로 돌아다니거나 소파, 침대 같은 섬유 소재 위에 앉게 되면 옷 속의 수분이 천이나 바닥, 벽지로 그대로 흡수되고 증발하면서 집 안 전체의 습도를 눈에 띄게 상승시키게 된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실내 적정 습도는 40~60% 수준이지만, 젖은 옷 몇 벌만 있어도 70% 이상으로 금방 올라갈 수 있다. 문제는 이 습한 환경이 바로 곰팡이균과 집먼지진드기에게 최적의 번식 조건을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그 결과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곰팡이 포자가 벽지나 천장, 가구 틈새에 서서히 자리 잡게 된다.

벽지와 몰딩 주변에 곰팡이가 생기는 원인이 된다
습기가 집 안에 머물게 되면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벽지와 몰딩, 가구 뒷면이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내부는 물기를 흡수하며 결로현상과 함께 곰팡이균이 증식하게 된다. 특히 벽과 바닥 사이 몰딩 부위, 소파 뒷부분, 옷장 안쪽 같은 공기가 정체된 공간에서 젖은 옷이 머문 자리에 곰팡이 흔적이 퍼지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장마철 곰팡이는 단순 얼룩으로 끝나지 않고 공기 중으로 떠다니는 포자 형태로 퍼져 알레르기 비염, 피부 트러블, 천식까지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젖은 옷을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두는 건 곧 곰팡이 씨앗을 실내에 심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동이다.

피부 질환과 면역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젖은 옷을 오래 입고 있으면 피부가 숨을 쉬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수분과 마찰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땀띠, 피부염, 진균성 감염(무좀, 습진 등)이 쉽게 발생하며, 특히 피부가 민감한 사람일수록 가려움과 트러블이 빠르게 나타난다. 더 나아가 젖은 옷에 머물던 곰팡이나 세균이 피부 틈을 타고 몸속으로 침투할 경우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감기, 염증, 호흡기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며, 젖은 옷은 즉시 벗고 따로 세탁하거나 건조대에 널어 환기시키는 것이 기본이다.

에어컨과 제습기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주범이 된다
장마철에는 실내 습도 조절을 위해 제습기나 에어컨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젖은 옷이 곳곳에 널려 있거나 벗은 채로 돌아다니게 되면 그 수분이 다시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제습기의 효율을 급격히 떨어뜨리게 된다. 결국 같은 전력을 사용해도 제습 효과는 줄고, 습도는 떨어지지 않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반복된다.

특히 작은 방이나 거실에서는 젖은 옷 하나가 실내 전체 습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습 관리의 기본은 수분의 원천을 차단하는 것이다. 젖은 상태로 실내에 오래 머무는 습관은 건강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에도 악영향을 준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