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감 고조, 벙커 수요 급증
최근 미국에서 개인용 지하 벙커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불안정, 기후 재난 등 세계 곳곳에서 터지는 복합 위기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시민들은 더 이상 이러한 위기를 남의 일로 보지 않고 있으며, 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 ‘마당 속 피난처’를 선택하고 있다.
일부 벙커 제작업체는 최근 몇 년간 주문량이 폭증했다고 전하며, 벙커가 단순한 생존 도구를 넘어 하나의 정신적 ‘안정 장치’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기 유행이 아닌, 현대 사회에서 시민들의 안전 인식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대중화된 벙커, 일반 가정도 손에 닿다
예전에는 벙커가 억만장자나 고위 정치인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에는 2만~5만 달러대의 소형 벙커가 다수 등장하며 일반 중산층 가정도 접근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과거에 비해 설치 기술도 간소화됐고, 온라인을 통한 주문·상담 시스템도 보편화되면서 벙커는 점점 ‘대중 소비재’처럼 변모하고 있다.
또한 일부 주택업체는 신축 주택 설계 시 벙커 공간을 기본 옵션으로 포함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벙커가 ‘위기 대비 공간’에서 ‘주택 설계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생존에 대한 불안과 그에 대한 실질적 대응 심리를 반영한다.
억만장자들의 ‘호화 생존 공간’ 열풍
반면 상류층은 한 단계 더 나아간 전략을 택하고 있다. 수백만 달러를 들여 고급 벙커를 구축하거나, 벙커 전용 커뮤니티에 투자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대피 공간을 넘어 의료시설, 식수 정화 시스템, 독립 전력 공급, AI 보안 시스템까지 갖춘 복합 생존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
일부 프로젝트는 아예 공동 벙커 마을 형태로 진행되며, 구매자 간의 커뮤니티 구성도 염두에 둔 형태로 발전 중이다. 이들 벙커는 평소에는 별장처럼 사용되며, 위기 발생 시 완전한 격리 생활이 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다. 생존에 대한 욕망이 ‘프리미엄화’되고 있는 셈이다.
현실적 한계에 대한 전문가 경고도 존재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벙커 열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핵공격이나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는 단순히 벙커 하나로 생존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방사능 차단, 장기 체류, 식량·물 자급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며, 개인이 모든 것을 준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시민들에게 벙커보다 실질적인 재난 대비 행동 매뉴얼과 지역 커뮤니티 내 피난 계획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벙커가 안전을 보장하는 유일한 해답은 아니라는 점에서, 균형 잡힌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인프라도 바뀌는 중
벙커 산업은 향후 5~10년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민간 수요 증가와 함께 일부 주에서는 벙커 설치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주택 내 벙커 구조 기준을 법적으로 명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또한 미국 외에도 스위스, 핀란드, 노르웨이 등은 기존의 공공 벙커 인프라를 최신화하거나,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 중이다. 미국은 주로 개인·기업 주도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벙커가 일종의 부동산 투자나 재난 대비형 자산으로 인식되는 흐름도 뚜렷하다.
생존 공간에서 문화 트렌드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벙커 열풍은 단순한 생존 욕구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사회적 트렌드이자 하나의 문화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개인의 안전을 스스로 책임지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 그에 발맞춘 기술과 산업의 발전, 그리고 고소득층의 상징적 소비가 결합되어 벙커는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향후 벙커는 단순한 피난처를 넘어, 삶의 일부로 편입되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의 시대, 벙커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실질적 대응’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 주택 문화의 새로운 일면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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