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 출신, 독립운동가의 피”…
안중근 의사 후손,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꿈을 품다
2024년 가을, JTBC의 신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젝트7’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연습생 한 명이 대중의 시선을 강탈했다. 바로 중국 국적의 남자 연습생 이첸(1998년생). 화려한 무대와 경쟁 구도 속에서 눈에 띈 것은 단순한 실력만이 아니었다. 그는 본무대 첫 소개에서부터 “안중근 의사의

후손”임을 밝히며 한국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첸은 자신의 뿌리를 거침없이 공개했다. “고조할아버지는 안명근 선생님이다. 안명근 선생님은 안중근 의사의 사촌 동생으로 독립운동을 함께 하셨다”며 가족사를 드러냈다. 즉 그는 직접적으로 안중근 의사의 직계 손자는 아니지만, 사촌 후손 계보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중국 태생, 그러나 남다른 한국어 실력
이첸은 외모와 한국어 구사력 모두 심사위원을 놀라게 했다. 스스로 “애교가 많고, 웃으며 말하면 어딜 가도 사랑받는다”며 자신을 어필했다. 실제로 식당에서 이모님들이 반찬을 더 챙겨줄 정도라는, 소탈한 매력도 드러냈다.
심사위원들의 질문이 쏟아진 순간,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현장은 감탄으로 가득 찼다. “한국어 어떻게 이렇게 잘해?”라는 라이언전의 물음에, 그는 “연습생 생활을 6년 넘게 했다. 무대에 설 날만 기다리며 매일매일 한국어로 연습했다”고 대답했다.

본인의 국적 및 가족사에 대해 정확히 밝히며, 한국인도 중국인도 아니라는 ‘복합 정체성’의 존재감을 분명히 했다. 공식적으로는 중국 국적의 남자 가수 지망생이지만, 혈연상 독립운동가 집안의 후예라고 당당히 자부한다. 이 같은 자기 고백은 200여 명 중 절반이 탈락하는 첫 프로젝트에서 크게 회자됐다.

안명근 가문 이야기…복잡한 대한독립운동사와 계보
이첸이 강조한 ‘안명근–안중근’의 혈연 관계는, 대한독립운동사에서도 의미가 깊다. 안명근(1872~1934)은 만주와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안중근 의사의 사촌 동생이다. 실제로 이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을 중심으로 항일 무장투쟁과 의병 활동을 함께했다.
이후 일부 후손들은 만주·중국에 거주 기반을 두었고, 자연스럽게 중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첸의 가족 역시 중국에 뿌리를 내린 케이스다. 안명근의 손녀 안기진이 이첸의 할머니로 소개된다. 이처럼 안 명문가는 여러 교차 혈통과 국적 속에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실력보다 더 화제를 모은 ‘혈통’ … 그리고 본질적인 질문
아이돌 서바이벌 속 실력 평가만큼이나, “안중근 후손”이라는 캐릭터성은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는 자신의 존재만으로 “데뷔 치트키” “역대급 이슈”라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네가 왜 아직 무명 연습생이냐”며 입을 모으기도 했다. K-pop 서바이벌 무대에서 외국인 연습생의 등장은 더는 신선하지 않지만, 이처럼 복합적 역사적 배경을 지닌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첸 스스로는 “자부심과 동시에 책임감을 갖고 있다. 후손 자격에 부끄럽지 않도록 반드시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부담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그것이 더 큰 동기 부여임을 강조했다.

“혈연의 민족성”과 “문화적 정체성”
네티즌과 시청자들은 “중국 국적자지만, 과거 독립운동가 계보라면 그 역시 대한민국 역사 의식의 일부”라는 입장과, “한국 아이돌로서 외국인이 가족사를 활용하는 건 다소 이질적이다”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지난 몇 년간 한중 문화갈등, ‘국뽕’ 프레임 속에서 독립운동가 후손임을 내세운 행위가 또 다른 논쟁거리가 되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와 댓글창에는 “중국인인데 한국 독립운동을 자랑하는 게 맞나?”, “세계시대, 계보가 더 중요한가”라는 토론도 적잖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세대를 대표할 글로벌 아이돌이라면 오히려 이런 이력 자체가 다양성을 상징한다”는 지지 의견도 존재한다.

“내일의 스타, 복합적 정체성 그리고 미래형 K팝”
이첸은 “나는 아직 가수도 아니고, 아직 데뷔도 못 한 무명 연습생이다. 하지만 가족사를 숨기지 않고,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K팝 세계 무대에 설 꿈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출신, 언어, 혈통 모든 면에서 ‘경계 밖’에 놓인 그가 “글로벌 K팝”이라는 무대에서 어떻게 새로운 신화를 쓸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전통 민족성과 새로운 세계 시민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 세대의 청년들은 그와 함께 또 다른 미래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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