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우선주의가 군수산업 균열을 만들다
미국의 방위산업 왕국이었던 록히드마틴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평가를 낮췄고, 동맹국들은 줄줄이 F‑35 계약을 재검토하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미국산 무기 구입을 꺼리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관세 부과, 나토 지원 축소 같은 정책이 대표적이며, 그 결과 미국 동맹국의 신뢰도 하락이라는 위기까지 왔다.

유럽 여러 국가가 F‑35 도입을 공식 철회하거나 재검토 중이다. 포르투갈은 아예 구매 계획을 취소했고, 캐나다는 대량 계약 자체를 재검토했다. 덴마크 국방장관조차 “F‑35는 안보보다는 위험”이라고 선언하며 동참했다. 유명 싱크탱크 회장은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이 아니다”며, “우리는 비싼 무기를 사주기만 했고 그만하면 충분했다”고 일갈했다. F‑35를 둘러싼 유럽 내 여론은 이제 완전히 돌아선 상태다.

F‑35의 구멍: 유지비 폭탄과 느린 기능 업그레이드
F‑35는 총 사업비 1조 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였지만 ‘하늘의 아이폰’이라는 명성 뒤에는 치명적 결함이 숨겨져 있다. 유지비는 천문학적 수준으로, 미 공군은 2036년까지 1대당 370만 달러 유지비 절감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연간 93억 달러 이상을 추가 지출해야 한다.

게다가 핵심 업그레이드인 ‘Block 4’는 2030년대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며, 당초 계획보다 고급 전자전·레이더 기능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른바 ‘구매는 싸게, 유지비는 비싸게’라는 구조적 문제가 수익성과 기술 신뢰성을 동시에 저해하고 있다.

F‑47의 복귀와 전략적 실책
록히드마틴의 오만은 이어지는 패배로 이어졌다. 미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 ‘F‑47’은 보잉이 따냈고, 해군의 전투기 사업에서도 탈락했다. 두 사업 모두 미국 우선주의의 상징이다. 전문가들은 F‑35에 모든 것을 걸었던 전략이 ‘자충수’였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F‑35는 글로벌 협력과 공급망 중심 전투기였지만, F‑47은 순수 미국 기술로 구성된 완전한 미국 전투기다. 이 결정은 록히드의 장기 전략에 대한 유럽과 동맹국의 신뢰를 무너뜨린 요인으로 간주된다.

해외 협력을 통한 탈출구 모색
록히드마틴은 국내 시장의 위기를 해외 협력과 신사업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 한국, 폴란드 등과의 협력 프로젝트도 강화 중이다. FA‑50, T‑50 등 협업 경험은 물론, 폴란드에 FA‑50 48대 수출 성과도 기록했다. 시코르스키 헬기 부문은 한국 현지 생산을 제안하며 특수작전용 헬기 사업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또한 언론은 SR‑72 같은 비밀 프로젝트와 미사일·드론 협력 분야에서의 전략적 기회를 포착 중이라고 분석한다.

록히드의 끝이 아닌 변신인가
록히드마틴은 시장의 변화 앞에서 위기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기술 과잉 의존과 정치적 변화에 종속된 전략의 결과로 읽힌다. 미국과 동맹국이 원하는 것은 ‘책임 있는 군사 동맹’이지, 정치 변덕이나 미국 이익만을 위한 방위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록히드마틴은 글로벌 무대에서 다시금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핵심은 단순한 기술력이나 시스템 개발이 아니라, 진정한 ‘전략 파트너’로서의 신뢰 구축이다.
록히드의 역사는 당장 끝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꿈꾸던 독점의 시대는 천천히 막을 내리고 있다. 그들은 이제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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