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꿈의 상가, 무너진 상징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지구 한복판에 웅장하게 들어선 ‘에어조이’ 쇼핑몰은 2005년 809억 원의 대규모 사업비를 들여 탄생했다.
지하 3층에서 지상 9층, 연면적만도 4만 9,812㎡(1만 9,000평)에 달하며, 최대 5,000개 점포 입점이 가능한 초대형 상업시설로 주목받았다.
‘하루 27만 명 유동인구를 흡수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분양은 빠르게 마감됐다.
하지만 2025년, 에어조이는 더 이상 꿈과 희망의 상징이 아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그곳은 텅 비고, ‘유령쇼핑몰’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초라한 현재, 텅 비어버린 대형 쇼핑몰
에어조이 건물의 현실은 처참하다.
과거 이마트, 푸드코트, 약국 등으로 북적이던 상가는 모두 빠져나갔고, 에스컬레이터는 멈춰서 오랜 시간 방치되고 있다.
9층 전망대 역시 폐허로 변해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만 활용되고 있다.
한때 크게 포부를 안고 문을 열었던 운서동의 상가몰이 이제는 지역 주민마저 뜸하게 오갈 정도로 장기공실로 남아 있다.

809억 원 건물, 50억 원대 헐값 매각의 전말
에어조이 건물은 2016년 감정가 500억 원에 경매에 나왔으나 수차례 유찰 끝에 결국 감정가가 30% 이상씩 하락했다.
2019년 8차 경매에서 51억 원에 낙찰되면서, 분양 당시 평당 500만~600만 원을 지불했던 투자자 수백 명은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
시공사인 SK건설도 미지급 공사비를 받지 못하고 발을 뺐으며, 토지 소유주인 인천국제공항공사조차 토지 대여료와 각종 요금 등 200억 원 이상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이제 에어조이의 실제 가치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실패의 본질: 입지와 전략, 구조적 함정
이 쇼핑몰이 몰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입지 자체가 ‘환상적인 국제공항 근처’라는 미명에만 집중했고, 실제 소비 인구의 특징과 패턴을 간과했다.
공항 국제업무지구는 직장인 출퇴근 인구는 많았지만, 머물러서 쇼핑·소비를 이어갈 ‘체류형’ 인구, 안정적인 주거 인구가 매우 적었다.
근방에 아파트, 오피스텔 등 일상적 소비층은 적어 쇼핑몰 상권이 생성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마트 등 주요 업체가 영업을 철수한 뒤에도 별다른 상권 활성화나 지원 대책 없이 방치된 것도 치명적인 실수였다.
법·제도적 딜레마, 회생의 길은 가물가물
국제업무지구 내 상업용지 대부분은 국유지, 즉 인천공항공사 소유다.
상가분양자들은 2030년 임차기간 종료 후 건물을 국가에 기부채납해야 한다.
남은 임대 기간은 이제 5년 남짓에 불과하고, 추가로 수백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한다고 해도 임대권이 연장되지 않으니 새로운 투자자의 유입도 요원한 상황이다.
1억에 산다 해도, 결국 5년 뒤면 모든 소유권이 사라지기에 사실상 가치가 없어진 것이다.

투자자와 지역경제, 그리고 인천공항의 교훈
분양 당시 투자자들은 공항 호황과 신도시 개발 열풍을 기대하며 거액을 들여 상가를 샀다.
하지만 항공 여객·물류의 허브였던 공항은 결국 쇼핑몰로 연결되지 못했고, 입지와 임대권 구조가 뒤엉킨 채 심각한 침체를 맞았다.
수백 명의 투자자는 원금 손실을 겪었고, 지역사회와 인천공항공사 또한 부담만 떠안게 됐다.

초호화의 꿈에서 유령이 된 ‘공항 앞 쇼핑몰’
에어조이의 사례는 단순히 상가 투자 실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상업시설 입지 선정의 본질, ‘규모’와 ‘유동인구’만의 환상에 매달리지 않고, ‘실질적인 소비 인구와 수요 기반’, 임대권 구조와 리스크를 더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경고를 던진다.
2025년에도 영종국제도시 한복판에 거대한 빈 건물이 남아 있는 현실,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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