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쟁, 공군 아닌 포병이 지배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장기화된 전쟁을 통해 세계는 충격적인 교훈 하나를 얻었다. 미국을 제외한 어떤 국가도 공군력만으로 전장을 장악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러시아처럼 세계 2위의 공군력을 보유한 국가조차 드론과 포병의 조합 앞에선 무기력했다. 전쟁의 중심이 전투기에서 포병으로 옮겨가면서, 정밀 장거리 타격 능력 확보가 절대 과제로 부상했다.
포병의 시대, 드론의 한계와 병렬 전술의 부활
드론은 분명 정찰과 타격의 혁신이었지만, 40km 전방을 넘어서면 제어에 한계가 있다. 이 틈을 파고든 러시아는 참호전과 야간 기습 전술로 우크라이나 전선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 병력을 투입하면서까지 밀어붙이는 러시아의 방식은 제1차 세계대전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런 전술의 약점은 바로 장거리에서 병력 집결지를 선제 타격할 수 있는 포병에게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점이다.
K9·K33·KTSM2…그리고 천무 3.0의 등장
이런 변화에 대응해 한국은 K9 자주포에 이어 54km 사거리의 K33탄, 램제트 추진으로 100km를 노리는 K9A3까지 다수의 신형 포병 무기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의 장거리 포병 거점과 이동식 발사대를 선제 타격하기 위해선 기존 무기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한국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드론을 적진에 직접 방출하는 ‘유도 자탄’ 개념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무기 천무 3.0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도 포기했던 기술…한국은 왜 도전하나
미국도 과거 BAT 자탄이라는 유사 무기를 개발했지만, 센서 성능 부족으로 실전에 배치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발전된 광학 센서, AI 기반 탐지 기술을 활용해 목표 식별과 자폭 타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자탄을 독자 개발 중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19년부터 이미 탐색 개발을 마쳤고, 탄도 미사일에서 분리된 자탄이 프로펠러와 X형 날개를 활용해 20분 이상 표적을 정찰하고 자폭하는 시나리오까지 시연했다.
탄도 미사일과 자폭드론의 결합, 게임체인저 될까
천무 3.0은 단순히 미사일이 아닌 ‘자폭드론 운반 플랫폼’이다. 사거리 100km의 CGR080 로켓과 290km급 CTM290 미사일로 나뉘며, 각각 배회형 자폭드론(LPGW)을 1기 또는 4기 운반한다. 고도에서 떨어진 드론은 AI가 표적을 식별해 자폭하고, 정찰형 드론은 통신중계와 피해평가를 병행한다. 향후에는 위성통신이 가능한 중계 드론도 계획 중이며, 이로 인해 사실상 적 후방 300km까지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이 확보된다.
천무 3.0, 수출 가능성은? 한국형 무기의 세계 전략
흥미로운 점은 이 무기가 ‘비닉 사업’으로 지정된 KTSM3와 별개라는 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체 자금으로 개발한 상용 부품 기반 천무 3.0을 통해 해외 수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포기한 영역을 한국이 상용 기술을 통해 돌파한다면,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의 포병 무기 체계는 이제 단순한 방어용 무기가 아닌, 전장을 선제 지배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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