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장산범 괴담, 실체 없는 공포인가 실존하는 생물인가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장산 일대에서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괴담 하나가 있다.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온몸이 하얀 털로 덮인 정체불명의 존재.
빠르게 움직이고, 어두운 산속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로 접근한다고 알려진 이 존재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이름은 바로 ‘장산범’.
괴담의 근원부터, 목격담, 그리고 이 존재에 대한 가능성을 차근히 짚어보자.

장산범, 부산을 대표하는 괴생명체 전설
장산범은 대한민국에서 꽤 널리 알려진 괴생명체 중 하나다.
특히 부산 해운대 장산 지역에서 산을 오르던 사람들 사이에서 이상한 존재를 보았다는 제보가 늘어나면서 이 전설은 힘을 얻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증언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지닌다.
- 전신이 흰 털로 덮여 있다.
- 두 발 또는 네 발로 이동한다.
- 사람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흉내 낸다.
- 말 대신 ‘울음소리’ 혹은 ‘아기 목소리’를 내며 사람을 유인한다.
- 빠르게 움직이며, 쫓으면 사라지고, 가까이 가면 정체가 흐릿해진다.
이런 특징들로 인해 장산범은 단순한 야생동물이 아닌, 초자연적 존재 혹은 인간이 만들어낸 전설적 생명체로 해석되기도 한다.

생생한 목격담, 단순한 착각인가?
많은 이들이 장산범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한다.
밤중에 산에서 운동을 하던 한 주민은 “아이 목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아무도 없었다”며 이상한 기운에 전신이 얼어붙는 느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이는 “눈으로 직접 하얀 실루엣을 봤는데, 빛이 없는 곳에서 희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며 당시 영상을 찍으려다 핸드폰이 꺼졌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목격담은 대부분 공통적으로 ‘인간의 목소리 흉내’와 ‘흰 털을 가진 존재’를 언급하며, 대부분 밤중 또는 해가 지기 직전 시간대에 발생한다.
즉, 시각이 불완전해지고, 소리에 민감해지는 시간대다.

실존 가능성? 멸종된 호랑이와의 연관성
장산범이 실재한다고 가정할 때, 가장 먼저 비교되는 생물은 조선시대까지 한반도에 서식하던 호랑이다.
일부 목격자는 장산범을 보았을 때, 그 움직임이나 생김새가 호랑이와 매우 유사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호랑이는 이미 멸종된 지 오래이고, 부산 장산 일대는 도시 개발로 인해 대형 야생동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다른 가능성으로는 너구리, 고라니, 삵 같은 야생동물의 오인이라는 해석이 있다.
특히 어두운 환경에서 눈에 띄는 흰 털, 그리고 나뭇가지나 바람 소리를 사람의 말로 착각할 가능성도 높다.

괴담은 어떻게 전설이 되었을까?
장산범 이야기가 단순한 목격담을 넘어 괴담으로 확산된 배경에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장산 일대는 과거 미군의 지뢰 매설 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제한됐던 시기가 있었다.
이런 지역적 특수성은 사람들 사이에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작은 이상 현상도 괴담으로 이어지기 쉬웠다.
둘째, 미디어의 역할도 크다.
공포 영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들이 확산되면서, 실체가 불확실한 장산범이 오히려 ‘더 무섭게’ 변형되었다.
특히 영화와 유튜브 콘텐츠에서 장산범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괴담은 다시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가 되었다.

전국에서 들려오는 유사 괴담들
장산범과 유사한 괴담은 전국 각지에서 존재한다.
강원도 산골짜기에서는 “밤마다 울음소리를 내는 짐승이 사람을 부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경기도의 모 산에서는 “산중에서 말을 거는 소리를 따라가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러한 괴담들 역시 공통적으로 ‘사람의 말’과 ‘정체불명의 생물’을 키워드로 삼고 있으며,
장산범이 단순히 부산만의 전설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심리학적 분석, 우리는 왜 이런 존재를 상상할까
심리학자들은 이런 괴담이 단순한 허구가 아닌, 집단 불안의 표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나 상황을 맞닥뜨릴 때, 그것을 자신이 아는 이야기 속 ‘존재’로 바꾸어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다.
장산범 역시 산속에서 느껴지는 두려움과 정체불명의 소리, 시야가 흐려지는 환경 속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형상’일 수 있다.
또한, 현대인들이 자연 속에서 점점 멀어지고 기술 중심의 삶을 살면서,
이러한 괴담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경계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결론: 장산범, 존재하지 않아도 충분히 존재하는 전설
장산범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생물도 아니고, 확실하게 영상이나 기록으로 남아 있는 실체도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느꼈다는 그 공포, 전해진 목격담의 정황,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는 방식은
그 존재가 단순히 허구라고 보기엔 너무 구체적이고 강력하다.
그것이 실제 동물이든, 착각이든, 혹은 상상 속 존재든
장산범은 이미 부산과 한국 공포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린 ‘현대의 전설’이다.
언제 어느 날, 해 질 무렵 장산을 오르게 된다면—누군가가 당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과연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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