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NANCE 117, 톈진 초고층 미완공 거탑의 진면목
FINANCE 117(골딘 파이낸스 117)은 중국 톈진시의 스카이라인을 자랑스럽게 장식해야 했던 건축물이다. 597m, 128층의 어마어마한 스펙은 완공된다면 동아시아 최고층이 되는 상징성을 지녔다. 실제로 건물 외형(골조)은 2015년 이미 모두 올라갔으나, 내부는 마치 거대한 시간의 틈처럼 텅 빈 상태로 방치되어왔다.

반복된 글로벌 충격, 공사 중단까지의 과정
첫 삽을 뜬 2008년에는 누구도 이 건물이 멈출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이어진 중국 내 부동산 침체, 대외 투자 이탈은 치명적이었다. 한때 재개 신호탄도 있었지만, 2015년 증시 대폭락과 정책 변화 앞에서 골딘 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결정적 타격이 됐다. 이 여파로 현장은 공정률 80~90%에 멈췄고, 두 번 다시 제대로 돌지 않았다.

왜 미완공 상태로 고착됐는가
초기에는 세계 초호화 마천루의 꿈이었으나, 지나친 공급과 도심 내 실수요 부족, 많은 유지비용,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구조가 큰 문제로 드러났다. 중국 정부의 고층건물 규제 강화와 대규모 신규 허가 중단, 부동산 거품에 대한 사회적 경계가 더해지며 이 거대한 건물은 공식적으로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도시의 빈 터’가 됐다.

최근의 변화와 앞으로의 과제
2025년 들어 현지 정부와 국영기업 주도 재개 결정이 내려지며 건물의 새 숨통이 열릴 참이다. 2027년 완공을 다시 내걸었지만, 그 사이 사라진 신뢰와 남은 경제적 고민이 숙제로 남는다. 내부 설계와 공간 활용, 지역 경제 회생 효과, 실제 입주 수요까지 모두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도시의 꿈, 그리고 공백의 시간
FINANCE 117은 한때 미래 도심의 상징, 기술과 자본의 정점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현실은 야망과 수요, 시장의 관성 사이에서 균열을 맞으며, 마치 스틸과 유리로 세운 현대 도시의 빈 페이지처럼 도시에 남았다.
이 건물은 도시와 사람이 미래를 기대하던 그 자리에, 역설적으로 ‘멈춤’과 ‘성찰’의 공간이 되었다. 2027년 완공의 순간을 맞더라도, 진정한 가치는 비어 있던 시간 동안 도시가 어떤 고민과 재설계를 거쳤는가, 그리고 우리가 다시 채워 넣을 상상력과 균형에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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