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 잘 팔리는 것 같더라니”…알고 보니 ‘0km 중고차’ 꼼수

중국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신흥 강자 네타와 지커가 판매 실적을 부풀려온 정황이 드러나면서 업계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해 실제 차량 인도 이전에 판매 실적으로 조기 집계하는 방식이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현지시간 지난 1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네타는 2023년 1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총 6만4719대의 차량을 소비자 인도 전 보험에 가입해 판매 완료로 처리했다. 이 수치는 해당 기간 네타가 보고한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넘는다.

이러한 방식은 중국의 자동차 등록 시스템을 교묘히 활용한 결과다. 차량이 보험에 가입되면 등록과 동시에 판매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실제 인도와 무관하게 통계상 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네타와 지커는 이를 활용해 월별과 분기별 실적을 끌어올려 왔다.

지리자동차 그룹 산하 브랜드 지커 역시 동일한 수법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남부 도시 샤먼에서 활동 중인 주요 딜러인 샤먼 C&D 자동차는 자사 명의로 보험을 미리 등록한 뒤 판매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부풀렸다.

문제는 이러한 차량들이 소비자에게 ‘신차’로 판매됐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이미 보험이 등록되고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이른바 ‘0km 중고차’였음에도 불구하고, 정가 판매나 할인 판매로 유통돼 소비자 기만 논란이 불거졌다.

‘0km 중고차’란 공식적으로 등록만 이뤄졌고 주행거리는 거의 없지만, 서류상으로는 한 차례 이전 이력이 발생한 차량을 의미한다. 이러한 차량은 신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향후 중고차 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게 된다.

이 같은 수법은 차량을 기다리던 소비자들이 인도 전 보험 가입 사실을 알아채며 드러나기 시작했다. 충칭과 광저우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유사한 사례가 연이어 보고되면서 피해 사례가 확산 중이다.

중국 내 자동차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신차라고 믿었는데 알고 보니 번호판까지 발급된 중고차였다”는 식의 후기들이 공유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는 인도받은 차량의 보험 시작일이 계약 이전인 것을 보고 이의를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위가 소비자 신뢰를 훼손하고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단기 실적 경쟁에 몰입한 일부 브랜드들이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와 고객 만족을 희생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중국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차량 등록 후 6개월 이내 재판매를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하고, 딜러사의 부정 관행에 대한 현장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보조금 지급 기준도 강화돼, 실질 인도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도록 시스템 개편이 진행 중이다.

전기차 시장의 양적 팽창에만 치중했던 성장 방식의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와 소비자 모두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투명한 거래와 실적 관리, 그리고 판매 시스템 전반의 개혁이 시급한 시점이다.

한편 네타와 지커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일부 딜러들은 ‘내부 지침에 따른 통상적인 프로세스’라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사건이 단순 해프닝이 아닌 구조적 문제의 신호탄이라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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