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 전선에서 신무기 테스트하세요”…외국 군수기업 초청한 새로운 실험장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무기 시험장으로 전면 개방하는 새로운 군사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세계 각국의 군수기업들이 신무기 체계를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직접 실전 테스트할 수 있도록 공식 허용하고,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피드백 받을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우크라이나 국방 산업 진흥 플랫폼 ‘브레이브원(Brave1)’이 주도하는 이번 계획은 “우크라이나에서 시험하세요(Test it in Ukraine)”라는 슬로건과 함께 공개됐으며, 2024년 7월 17일 로이터통신 보도를 통해 공식화되었다.
이는 세계 방산 역사상 처음으로 실제 교전 중인 전장에 외국 신무기를 공개적으로 투입해 시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사례로, 군수 기업 입장에선 실전 데이터를 확보하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가 되며,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즉각적 전력 확보와 전술 적합성 검증이라는 일거양득 전략으로 평가된다.

“무기는 보냈고, 테스트는 우크라이나가”…새로운 실전 R&D 모델
브레이브원은 공식 성명을 통해 “군수기업이 자사의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보내고, 사용법을 온라인으로 교육하면, 우크라이나군이 실전에서 해당 무기를 사용하고 성능 보고서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이는 사실상 외국 기업이 R&D 단계의 무기를 우크라이나군의 실전 교전 현장에서 테스트하고 그 피드백을 직접 전달받는 구조다. 브레이브원의 투자홍보 대표 아르 모르즈(Ar Moroz)는 “우리에게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며, 기업들은 실전에서 진짜 통하는 기술을 검증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고비용의 신무기 테스트가 어려운 중소 군수기업들에게 매력적인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실전에서의 전술 적용성, 유지 정비 문제, 사용 편의성, 교전 상황 대응력 등을 실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우선순위는 방공…드론 요격 기술 가장 주목
모르즈 대표는 “우리는 수많은 무기를 받고 있지만, 우선순위가 분명하다”면서 그 핵심이 방공(air defense)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다음과 같은 무기 기술에 높은 수요가 있다고 밝혔다:
- 신형 방공 시스템
- 드론 요격기 및 소형 고출력 전자무기
- AI 기반 탐지·추적 시스템
- 유도 팔레트 폭탄 기술
- 자폭 드론 대응 자동화 포대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가장 큰 위협이 러시아의 드론 공격과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무기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키이우 방공망은 지난 수개월간 이란제 샤헤드 드론과 칼리브르 미사일 대응에 집중된 상태이며, 전선 곳곳에서 드론 포화 공격이 반복되고 있다.

전장 실험실화…윤리적 논란도 존재
일각에선 우크라이나의 전장 개방형 시험 모델이 윤리적·군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전 테스트 중인 무기 성능이 불완전할 경우 민간 피해나 아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국제 무기 규정과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모르즈는 “우리는 아무 무기나 받지 않는다. 브레이브원은 군사기술 인증 및 안전성 검토 절차를 포함한 내부 필터링 시스템을 통해 선별된 기술만 실험 허용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전장 활용 가능성과 안전성, 전략 효과성을 동시에 평가한다는 구조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방산 스타트업의 ‘성지’로 부상하는 우크라이나
브레이브원은 2023년 우크라이나 정부가 설립한 군수 투자 및 조달 플랫폼으로, 무기 개발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고 군부대가 무기를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민간 기술자와 군 장교, 무기 엔지니어, 정책 담당자들이 실시간으로 기술과 작전 수요를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개방형 방산 생태계’를 표방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현재 약 200여 개의 방산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며, 이들 중 일부는 미국, 독일, 이스라엘 등의 기업과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브레이브원은 자국 스타트업뿐 아니라 외국 군수기업도 플랫폼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으며, 전장 테스트를 수출 기회의 발판으로 활용하라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전후 방산 재건 전략의 시금석 될까
이러한 시도는 전쟁 중 기술 혁신 → 전쟁 후 수출 확장이라는 방산 성장 모델을 염두에 둔 장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서방 군수업체들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무기를 지원하며 테스트 및 개량을 병행한 만큼, 우크라이나는 이미 세계 최대 실전 데이터가 축적된 테스트 필드로 자리잡고 있다.
향후 전쟁이 종료될 경우, 우크라이나는 NATO 표준에 부합하는 다양한 무기 성능 데이터를 보유한 유일한 전장 경험 국가가 된다. 이는 방산 협력국으로서의 가치 상승, 공동 개발 파트너로서의 경쟁력, 자국 산업의 기술 레벨업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커다란 이점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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