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형 드론으로 러시아 탱크를 잡다…우크라이나가 만든 전장의 판도 변화
우크라이나군이 병력과 무기에서 압도적인 러시아군에 맞서 밀리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서방의 대규모 지원을 첫 번째로 꼽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현장 전사들의 창의적인 대응 전략, 그 중심엔 바로 값싼 상업용 드론의 무기화가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도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전장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상세히 조명했다. 정규군이 아닌 현장 병사들과 민간 자원자들이 만든 수제 드론이, 값비싼 러시아 탱크를 파괴하고 전선의 균형을 뒤바꾸고 있는 실상이다.

고글을 쓴 병사, 조이스틱을 잡다…현실이 된 ‘게임 전쟁’
바흐무트 전선, 소형 드론 하나가 모기처럼 윙윙거리며 떠올랐다. 가상현실(VR) 고글을 쓴 우크라이나 병사 예우헨 일병이 조이스틱을 잡고 목표물을 향해 드론을 조종한다. 드론은 잠시 공중에서 선회하다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직진한다. “간다!”라는 짧은 외침과 함께, 드론은 자폭 모드로 돌입한다.
이러한 장면은 더 이상 드물지 않다. 값비싼 군용 드론이 아닌, 중국제 DJI 드론을 개조한 수제 자폭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장의 주역이다. 조종은 정밀하며, 폭약은 테이프로 부착되고, 목표는 장갑차나 보병 진지다. 사용된 드론은 일회용으로, 착륙이나 회수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값싸고 치명적…우크라이나식 드론 전술의 진화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드론은 대부분 몇 백 달러에서 몇 천 달러 수준의 상업용 드론을 개조한 것이다. 주로 쿼드콥터형 드론을 개조해 수류탄이나 소형 폭탄을 장착하고, 자폭 공격을 수행한다. 일부는 3D 프린터로 직접 제작되며, 러시아군의 전파 방해를 이겨내기 위한 개조 프로그램까지 병행된다.
일부 자폭 드론은 2만 달러(한화 약 2,650만 원) 미만의 가격으로 러시아 탱크를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갖췄다. 이처럼 기술보다는 창의성, 정밀함, 기민함이 승부를 가르는 시대가 도래했다.

드론 vs 탱크…무기 불균형을 뒤엎는 전략
현장에서 드론을 지휘하는 우크라이나군 키릴 베레스 소령은 “드론은 참호전에서 특히 유용하다”고 말했다. 장갑차나 탱크는 중장비지만, 상단 방호력이 약해 드론 공격에 취약하다.
즉, 러시아군의 강력한 전차도, 몇 천 달러짜리 드론 앞에선 무력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서방의 무기 지원에도 불구하고 전체 장비 수에서는 러시아군에 크게 못 미치는 우크라이나군에게, 이 전략은 사실상 무기를 무력화시키는 ‘불균형 해소 카드’로 작용하고 있다.

고글 너머의 위협…‘드론 전사’의 실전 현실
그러나 드론 조종은 결코 안전하거나 편안한 일이 아니다. 조종사들은 전선 최전방 참호에 직접 나가야 하며, 비행 거리가 짧은 드론의 특성상 적 저격수나 포격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높다.
특히 VR 고글을 착용한 상태에서 드론 카메라로만 시야를 확보하기 때문에, 주변 위협을 감지하는 것도 어렵다.
게다가 기술적 실패와 전파 방해는 언제든 발생한다. 실제로 예우헨 일병은 드론을 띄운 직후 돌연 신호가 끊기고 드론이 사라지는 일을 겪었다.
“모두 사라졌다. 그냥 떨어졌어.”
목표물에 도달하기도 전에 드론을 잃는 상황은 전투 실패를 의미하며, 드론 한 대당 희생이 크지 않아도 심리적·전술적 손실은 작지 않다.

‘창의력의 무기화’…우크라이나 드론 전술의 확장성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전술적 무기로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중이다. 민간 자원자들이 참여한 제작 네트워크, 차고에서 시작된 기술 실험, 3D 프린터를 통한 생산 라인, 그리고 AI 프로그램을 적용한 조종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이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전술이 아닌 국가 주도의 방산 기술 확장으로 이어진다. 젤렌스키 정부는 이를 공식 정책화하며, 드론을 중심으로 국방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크라이나의 창고와 참호에서는 수백 대의 드론이 실험되고 조립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값비싼 무기 대신 소리 없이 하늘을 떠올라, 러시아의 탱크와 보병을 정밀하게 타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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