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계훈련 중단, 북한군 내부의 균열 징후
북한군이 2023~2024년 겨울, 이례적으로 ‘혹한기 훈련’을 전면 중단했다. 군사 전문가들과 정보 당국은 이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군이 동계 훈련을 생략한 것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로, 이는 단순한 에너지나 식량 부족 수준을 넘어선 군 내부 시스템 자체의 마비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중단은 단발성이나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면적 중단이었으며,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각 군단별 훈련 일정이 전면 연기되거나 취소된 정황이 포착됐다. 북한군 지휘 체계 내부에서 전력 재배치와 병참 축소가 병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러시아에 보낸 포병 전력, 북한 전선에 구멍 뚫려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군사 지원은 단순한 군사 외교가 아니라 자국 전력의 약화를 감수한 결단이었다. 실제로 수백 문 이상의 장사정포가 러시아에 전달됐고, 이와 함께 수만 발 이상의 포탄도 함께 제공됐다. 문제는 이 무기들이 대부분 전방 탄약고에서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북한 전방 지역에 배치된 포병 전력은 그 자체로 한국 수도권에 대한 핵심 위협 수단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들 전력이 대량으로 빠져나간 상태에서, 북한군 내부에는 ‘전방 전력 공백’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한국과 미국 정보 당국 모두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북한의 전쟁 지속 능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정예 병력 러시아 파병… 전력 공백 심화
무기뿐 아니라 사람도 빠져나갔다. 북한은 특수작전군 병력 약 1만 명을 러시아 전선에 파병했으며, 최근엔 공병 약 6,000명도 추가로 파견한 것으로 파악된다. 즉, 최소 1개 군단 이상의 병력이 북한을 비운 셈이다. 북한 내에서 특수작전군은 전략 타격 및 정찰, 기습 임무를 담당하는 정예 부대이며, 공병은 방어선 구축과 후방 유지에 핵심 역할을 맡는다.
이들 병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북한은 유사시 재빠른 기동과 방어 작전이 불가능한 구조로 전락한다. 이는 군 내부의 작전 계획 전면 재수정을 요구하며, 자국 방위력 저하로 직결된다.

병력 줄고, 장비 줄고… 북한 전력의 총체적 위기
병력과 장비가 동반 유출되면서 북한 내부의 군사 기반은 구조적 약화를 맞이했다. 창고에 있던 포탄 재고가 줄어들고, 전방에 배치된 장사정포가 러시아에 넘어가며, 남은 것은 ‘껍데기 전력’뿐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특수작전군이 빠져나간 자리는 비숙련 병력이나 군사훈련이 충분치 않은 민병대 성격의 병력이 대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작전 기동성과 전투 지속 능력을 모두 상실한 상태로, 북한 내부적으로도 전선 유지를 위한 훈련이나 재정비가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무기, 과연 실전 억지력인가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 전력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사태를 통해 드러났듯이, 핵무기는 실전에서의 즉각적 억지력보다는 ‘최후의 수단’에 가깝다. 실제 전쟁이 벌어졌을 때, 전장을 좌우하는 것은 고성능 재래식 무기와 지속 가능한 병참 능력이다.
핵무기를 갖고 있어도, 미사일 운용체계와 통제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면 오히려 역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북한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며, 핵 이외의 수단, 예컨대 무인기, 사이버 공격, 심리전 등을 병행하려 하지만 실전 투입 가능한 물량이나 기술력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뚜렷하다.

김정은의 고립된 딜레마, 북 내부의 미래는?
현재 김정은 정권은 러시아에 전략적으로 전면 의존하고 있다. 이는 국제 사회의 제재와 고립을 벗어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이 의존이 북한 내부의 자산을 잠식하면서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방 전력, 정예 병력, 군수 자산을 계속 빼내는 구조가 장기화된다면 북한 내부의 전시 대응 체계는 붕괴될 수 있다.
더불어 남북 관계는 현재 사실상 단절 상태이며, 북한은 ‘2국가론’을 내세워 완전한 대립 구도를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자산이 빠져나가고, 전력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북한은 외부의 공격 없이도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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