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순조로웠던 F‑15J 개량 계획
일본은 2018년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서 F‑15J 전투기의 성능 개량 계획을 발표했다. 목표는 신형 레이더 AN/APG‑82(V)1과 전자방해장비 AN/ALQ‑239 장착으로 중국·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었다.

초기 예상 비용은 807억 엔에 불과했으며 2027년부터 도입을 시작하는 일정이었다. 당시 일본 방위성은 오랜 노후화 전투기를 현대화해 첨단 전력으로 재편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계획 발표 이후 예산과 일정은 예상치 못한 변수들에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당초 낙관이 빠르게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양상이 벌어졌다.

미국의 갑작스런 비용 증액 요구
업그레이드 계획은 미국 측의 추가 요구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족한 부품 확보를 이유로 일본에 생산 비용 분담을 요구했으며 LRASM 장거리 대함 미사일 통합 비용까지 일본에 떠맡겼다. 이로 인해 비용은 초기 807억 엔에서 2,400억 엔까지 폭등했다. JASSM‑ER 추가 탑재를 위해 일본 정부는 결국 LRASM 계획을 포기했다. 최종적으로 비용은 3,970억 엔으로 조정됐지만 여전히 5배 가까이 뛰었던 셈이다.

엔저 직격탄으로 1조 엔 돌파
환율도 일본 재정의 또 다른 적으로 등장했다. 극심한 엔저 현상으로 라이프사이클 비용이 다시 급등했다. 2022년 108엔 환율 기준 6,465억 엔에서 2023년 137엔 기준 7,584억 엔으로 오른 데 이어 150엔 기준으로는 무려 1조 16억 엔까지 치솟았다. 현재 환율 약 143엔 기준으로 약간 완화됐지만 여전히 1조 엔대는 유지되고 있다. 결국 부담 증가분은 일본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 형국이다.

배치 일정마저 계속 밀리는 현실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배치 지연 문제도 심각하다. 제조사인 보잉과 미쓰비시 관계자들은 “방위성에 문의하라”며 책임을 회피 중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027년 배치 예정이었던 개량 기체는 2028년에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JASSM‑ER 미사일은 예산은 잡혀 있어도 발사 플랫폼이 완성되지 않을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예정된 장비가 있어도 이를 실어 나를 기체가 없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미국 내 공급망 문제도 일본에 직격탄
이 위기의 뿌리는 미국 측에도 있다. GAO 보고서는 F‑15EX 구성 부품인 디스플레이, 티타늄, EPAWSS 등이 공급 부족으로 리스크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EPAWSS 채용 관련 기술자 부족과 구조적 한계도 거론됐다. 이로 인해 F‑15E 업그레이드와 F‑15EX 생산일정 모두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공급망 부실이 일본의 개량 일정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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