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짜리 유로파이터, 갈매기와 충돌 사고…에어쇼가 멈췄다
스페인에서 열린 에어쇼 도중 1300억 원 상당의 유로파이터 전투기가 갈매기와 충돌하는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조종석 유리창이 산산조각날 정도로 강한 충격을 동반했으며, 현장을 취재하던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돼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에어쇼 도중 벌어진 갈매기 충돌
사건은 6월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무르시아 지역 산 하비에르 공군기지에서 진행된 에어쇼 현장에서 벌어졌다. 당시 비행 중이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가 돌연 갈매기 한 마리와 충돌하면서 기체의 조종석 유리가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해당 기체의 추정 가격은 약 7300만 파운드(한화 약 1,362억 원)에 달하며, 고도의 정밀성과 기동성을 갖춘 4.5세대 다목적 전투기다.
현장에서는 곡예 비행을 선보이던 전투기가 예기치 않은 충돌로 인해 급히 복귀했고, 조종사는 다행히 큰 부상 없이 안전하게 착륙했다. 군 당국은 즉각 기체 상태를 점검하고 비행기록 장치를 확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진작가가 우연히 포착한 충돌 장면
이 장면은 에어쇼를 취재 중이던 항공 전문 사진작가 하이베르 알론소 데 메디아 살게로의 카메라에 우연히 포착됐다. 그는 “전투기가 갈매기와 부딪혔다는 무전을 듣고 급히 촬영한 사진을 확인했는데, 조종석 유리창이 박살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사진에는 충돌 직후 전투기 앞부분에 난 뚜렷한 손상과 깨진 유리창이 확인되며, 해당 장면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이례적인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로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손상이 발생할 만큼 새와의 충돌이 강력했던 사례는 드물다”고 평가했다.
‘버드 스트라이크’, 항공계의 그림자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인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는 민간 및 군용 항공기 모두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특히 이륙 또는 착륙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며, 미국에서는 매년 1만 3천 건 이상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군용기의 경우 속도와 비행 고도, 기체 구조 특성상 피해가 더 심각할 수 있으며, 이번 유로파이터 사례처럼 조종석까지 손상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2019년엔 캐나다 공군 소속 F-18 전투기가 에어쇼 연습 중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 화재가 발생해 추락한 바 있으며, 2009년 뉴욕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린 US 에어웨이즈 1549편 불시착 사고도 캐나다기러기와의 충돌이 원인이었다.
전투기 설계와 조류 탐지 기술의 한계
현대 전투기는 고속 비행과 다양한 기동에 맞춰 견고하게 설계되었으나, 조류와의 충돌을 완전히 방지하기란 어렵다. 특히 갈매기처럼 무리지어 움직이며 공항 인근 해안가에 서식하는 조류들은 군용기 훈련 및 에어쇼에서 높은 위험요소가 된다.
일부 군 기지에서는 조류 접근을 막기 위해 음향 장비나 훈련 시기 조정, 특수 레이더를 사용하는 등의 방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기체 내구성과 조류 탐지 시스템 강화 외에도 지상 생태계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에어쇼 안전 대책, 다시 도마 위로
이번 사고로 인해 유럽 각국은 에어쇼의 안전 기준과 조류 탐지 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관람객이 다수 몰리는 행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페인 공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유로파이터 전투기 운용 부대에 대해 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며, 향후 에어쇼 운영에 있어 조류 탐지 레이더 설치 및 비행 루트의 재조정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고를 넘어, 현대 공군력 운영에 있어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전통적 리스크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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