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고준위 방폐시설의 ‘시험무대’가 될 땅속 실험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2024년 6월부터 ‘지하 500m 연구시설(Underground Research Laboratory, URL) 구축을 위한 공모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설은 실제 처리시설 수준의 깊이에서 한국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모델을 시험하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실증 공간입니다.
이 연구시설은 순수 연구 목적으로, 실제 핵폐기물 반입은 없으며, 국내 고유 암반 특성과 처분 시스템의 안정성을 다방면으로 검증하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KURT에서 URL로 – ‘120m→500m’의 깊이 확장 실험
현재 대전 한수원 연구원 지하 120m KURT로부터 시작했지만, 이 깊이는 고준위 방폐장의 조건을 완벽하게 대변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추가로 400m 깊이를 확장해 총 500m 깊이 연구층을 확보하는 계획이 추진 중입니다.
이곳에서
- 지하수 흐름 및 방사성 핵종 이동 속도 측정,
- 처분용기(구리코팅 주철)의 내구성 테스트,
- 암반 내 부식 환경 분석 등이 실제 심층 조건에서 실증 실험으로 이루어집니다.

지하수는 방폐장 설계의 최대 변수
이 시설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지하수의 이동 경로와 속도 분석입니다.
지하 500m로 내려갈수록 산소 농도가 낮은 혐기성 환경이 조성되며, 실제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 중요한 방벽 역할을 합니다.
지하 환경에서 배출된 방사성 핵종이 암반 균열을 통해 유출되는 속도와 경로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 안전성 설계 기준을 세우게 됩니다.

방폐용기 테스트 – 100만 년의 안전 장벽
연구시설 내부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쓰일 처분용기 재료 시편 350여 개가 보관됩니다.
구리 도금 주철과 다양한 합금 샘플을 연 1회 회수해 상태를 점검하며,
이에 따라 긴 수명(100만 년 이상)의 방벽 능력을 실험합니다.
이 과정은 한국형 처분 용기의 장기 신뢰성 확보와 설계 발전의 핵심 기반이 됩니다.

국제 표준 대응 + 원전산업 혁신 센터 기능
세계 여러 국가(미국, 독일, 스웨덴 등)도 URL을 운영 중이며,
한국은 유사 암반 조건 검증과 더불어 전문인력 양성, 일반인 체험, 기술 국제화까지 아우른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총 공사비는 약 5,138억 원이 투입되며, 2026년 착공 → 2030년 부분 운영 → 2050년까지 운영을 목표로 합니다.

파이로프로세싱과 병행, 폐기물 경감 전략
또한 원자력연은 파이로프로세싱(Pyreoprocessing) 기술을 모의 시험 중입니다.
이 방식은 사용후 핵연료 내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제거하면서도 폐기물 부피를 5%로 획기적으로 줄이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처분 부지 규모와 안전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습니다.

500m 아래서 한국형 방폐 시대 연다
지하 500m 연구시설은 단순 실험실이 아니라, 대한민국 고준위 핵폐기물 안전 처리의 중추 기지입니다.
- 지하수·암반 특성 실증
- 장기 방폐용기 성능 검증
- 선진화된 파이로 테스트와 병행 기술
- 국제 수준의 안전 기준 수립
- 폐기물 처리 종합 체계 구축
– 이 모든 혁신을 현실화하는 첫 발입니다.
2030년대 본격 처분장 가동을 앞두고, 이 ‘땅속 실험실’의 연구 성과는 대한민국 에너지 미래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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