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형 전차로 러시아 전차를 압도하다
2023년부터 우크라이나군에 도입되기 시작한 독일산 레오파르트 1 A5 전차가 예상 외의 전과를 내고 있다. 노후화된 전차로 분류되던 이 전차가 러시아의 최신 전차들을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전차를 ‘저격 전차(Sniper Tank)’라는 별칭으로 부르며 장거리 방어 작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사격통제장치의 정밀성과 높은 명중률이 주목받고 있으며, 전쟁 초기의 열세를 뒤집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격 전차로 진화한 레오파르트 1 A5
레오파르트 1 A5는 1960~70년대에 독일에서 개발된 2세대 전차로, 당시에도 화력보다는 기동성과 정밀 사격 능력을 중시한 설계였다. 주포는 105mm 강선포로, 활강포에 비해 포구 초속은 낮지만 뛰어난 정밀도를 자랑한다.
우크라이나는 이 전차에 고성능 사격통제장치와 야간 열상 장비를 탑재하여 주간 최대 4km, 야간 최대 3km 거리에서도 정밀 타격이 가능하도록 개량했다. 결과적으로 숲과 참호 등에 매복해 러시아군의 기갑 전력을 선제 타격하는 전략이 가능해졌고, 이는 ‘정면 돌파’ 대신 ‘선제 저격’이라는 새로운 교전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차보다 눈이 먼저 본다…사격통제장치의 승리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전차보다 우위를 점하는 핵심 요소는 사격통제장치다. 러시아의 구형 전차들은 대부분 T-62, T-72 계열로, 원거리 관측 및 야간 사격 능력이 제한적이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개량한 레오파르트 1 A5는 광학 장비와 야간 열영상 센서를 갖춰 3~4km 거리에서 적을 먼저 탐지하고 조준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숙련된 승무원이 운용할 경우 분당 10발 이상 발사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사격이 명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면 교전이 아닌 매복과 원거리 타격 중심의 운용법이 실전에서 높은 효율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강선포의 정밀도, 러시아 전차에 치명타
105mm 강선포는 T-72나 T-62 등 구형 러시아 전차의 방어력을 충분히 관통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철갑탄(APFSDS)으로 2000m 거리에서 최대 450mm, 고폭탄(HEAT)으로는 400mm 이상의 관통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부분의 러시아 전차 및 장갑차량을 무력화하는 데 충분한 수치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해당 전차를 통해 수십 대의 적 전차를 명중시켰고, 적 기갑부대의 진격을 저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어력에서는 부족하나 정확한 사격과 기동성으로 그 단점을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방어용 전차의 새로운 교과서
레오파르트 1 A5는 과거 전방 기갑돌격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정지 상태에서 정밀한 사격을 통해 적을 제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전차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정확히 분석해 방어 중심의 운용으로 변환했고, 장거리 저격형 전차라는 새로운 포지션을 창출했다.
또한 차량 외부에 폭발 반응 장갑과 철제 케이지를 추가 장착해 드론과 RPG 등 근접 위협에도 일정 수준의 방어력을 확보했다. 강한 전면 돌파보다, ‘먼 거리에서 먼저 보고 먼저 쏘는 전략’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K1 전차 운용의 새로운 시사점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105mm 주포를 사용하는 한국의 K1 전차 운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군은 현재 1,000대 이상의 K1 전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는 해병대에서도 운용 중이다. 기존에는 주력 전차에서 물러난 구형 장비로 취급받았지만, 우크라이나의 성공 사례는 이들 전차에 대한 재평가의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K1 전차도 고성능 사격통제장치와 열영상 장비를 일부 탑재하고 있어 계량을 통해 저격형 운용이 가능하다. 대규모 기갑전보다 방어 작전이 중요한 한반도 지형에서는 이러한 운용 방식이 오히려 더 실용적일 수 있다. 더 이상 ‘구형 전차는 쓸모 없다’는 인식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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