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곁의 네 여성, 위상이 엇갈린다
북한 정권의 중심부에는 항상 ‘김정은’이라는 절대 권력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곁을 지키는 인물들 중, 특히 여성 실세 4인방의 움직임과 위치는 내부 권력 구도를 반영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그리고 최측근 현송월. 이 네 여성의 역할과 존재감은 행사에서의 위치, 대화의 동석 여부, 김정은과의 거리 등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서의 장면은 이들의 위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공식 석상에서 김주애는 ‘공식 후계자’
2023년 이후로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거의 모든 주요 행사에 동반 참석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과 함께 나란히 앉거나 걷는 장면이 자주 포착되며, 이는 단순한 가족애의 표현이 아닌 ‘후계 수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지난 6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서도 김주애는 김정은과 함께 요트 객실에서 내려 가장 먼저 등장했고, 공식석상에서 김정은의 오른쪽에 위치해 앉았다. 이는 북한 사회에서 최고 권위자의 ‘옆자리’가 상징하는 의미가 단순한 친밀함을 넘어 권력 계승 구도의 일부임을 시사한다.
리설주는 조용한 조력자로
리설주는 이번 행사에서 요트 복도에 서 있거나 김정은과 김주애 뒤를 따르는 모습이 주로 포착되었다. 이는 그녀가 공식 후계자인 딸 김주애의 위상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스스로 전면에서 물러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거에는 김정은과 나란히 등장하며 외교 행사, 군사 시찰에도 함께했던 리설주는 이제는 ‘영부인’ 역할보다는 ‘후계자의 어머니’라는 새로운 포지션을 자처하고 있는 듯하다. 절제된 모습은 권력의 중심에서 한걸음 물러선 듯 보이지만, 그 자체로 김주애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략일 수 있다.
김여정, 과거의 위상과는 달라진 그림자
한때 북한의 사실상 2인자로 불리며, 대남 강경 발언과 대미 메시지를 쏟아내던 김여정의 최근 모습은 분명 위축되어 있다. 원산행사에서도 김정은과 일정 거리를 두고 외곽을 따라다니는 모습만 포착됐으며, 김정은 가족이 중심이 된 좌석 배치에서도 빠졌다.
심지어 호텔에서 이뤄진 고위 간부와의 대화 테이블에는 최선희 외무상이 동석했을 뿐, 김여정은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이는 그녀의 현재 위상이 실질적인 국정 운영의 핵심에서 다소 멀어졌으며, 대외적 영향력보다는 제한된 실무 영역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현송월, 조용하지만 강력한 문고리 권력
김정은의 의전을 전담하는 인물인 현송월은 명확한 직함보다 더 강력한 실질 권력을 가진 ‘그림자 실세’로 평가된다. 행사 당일에도 각지에서 의전 준비를 지휘하며 행사 전체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대 구성, 동선 조율, 사전 리허설 등 실무 전반을 책임지는 그녀는 ‘후계자 라인’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김정은의 총애와 신뢰를 바탕으로 최고 권력의 곁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외교 의전, 군사 퍼레이드까지 영역을 넓힌 그녀는 북한 특유의 ‘문고리 권력’의 전형이다.
여성 실세 4인방, 권력구도의 리트머스
북한이라는 폐쇄적 사회에서 인물의 정치적 위상을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공식 행사에서 어디에 앉았는가’, ‘누구와 대화를 나누었는가’, ‘김정은의 곁에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가’는 분명한 지표가 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김주애가 확실한 후계자 이미지를 굳혔고, 리설주는 후방 지원자로, 김여정은 변두리 실무자로, 현송월은 조용한 실세로 각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 명확히 드러났다. 김정은 체제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북한 내부의 권력 셈법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이 여성 4인의 위상 변화는 하나의 중요한 힌트가 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