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은 일제강점기 건물, 해남 옥매광산의 현재
전라남도 해남군 황산면 옥동리와 문내면 용암리 사이 한적한 농촌에는, 100년이 넘도록 일본식 콘크리트 구조물이 유령처럼 남아 있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옥매광산에서 일본이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지은 광물 저장고와 작업용 시설로, 두꺼운 콘크리트 벽과 높다란 천장을 갖추고 있다.
근처에는 과거 포탄 흔적, 명반석(알루미늄 제련 원료) 자갈, 쇠말뚝, 낡은 레일 등이 수탈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옥매광산이 품고 있는 뼈아픈 역사
일제의 자원수탈과 강제동원
1910년대 일본인 니시자키가 최초로 채굴권을 취득한 이후, 1920년대부터 일본 아사다화학공업이 명반석, 고령토, 납석 등 다양한 광물을 본격적으로 캐갔다.
특히, 1937년 중일전쟁과 1941년 태평양전쟁 이후로는 조선인 수백 명이 강제로 동원되어, 최대 1,200여 명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했다.
주변 마을들은 ‘광산노동자의 마을’로 변하며 삶의 터전을 잃었고, 채굴된 자원은 일본의 군수 산업에 동원됐다.
강제 이주와 귀향의 비극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은 옥매광산 노동자 약 220명을 제주도로 이송해 군사시설 건설에 투입했다.
해방 이후 이들은 어렵게 귀향길에 오르지만, 1945년 8월 해남으로 돌아오던 선박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침몰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255명 중 137명이 구조됐고, 118명은 바다에 묻혀 귀향하지 못했다.
당시 일본 구조선이 일본인만 먼저 구조한 일화는 유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왜 일본 건물은 아직 철거되지 않았나?
복잡한 소유권 문제
해당 일본 구조물은 여러 번 소유권 이전을 거치며, 현재는 사적 재단(대학법인) 소유로 남아 있다.
지역사회와 유족들은 이 건물을 역사관이나 추모관, 또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하길 원하고 있지만,
소유 법인은 문화재 지정 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있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역사·교육 자원 및 문화재 논의
전문가와 지자체, 시민단체는 이 건물의 근현대사 증거·교육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한다.
지역사회는 ‘강제동원 현장’이자 ‘자원 수탈의 상징’인 이 유적을 역사 교육장 또는 추모공간으로 활용해, 올바른 역사의식 함양에 도움되길 바란다.
실제로 2017년에는 생태·문화 유산으로 지정하려는 지역적 시도도 있었다.
유족과 지역사회의 요구
유족과 지역주민들은 단순 철거가 아니라, 희생자 명단을 새긴 추모비와 자료관 건립을 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사유재산권, 관리 예산, 협상 지연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장에 남아 있는 건물과 남겨진 교훈
옥매광산 일본 건물은 단순한 폐허가 아니라,
- 강제동원과 분단의 아픔
- 일제강점기 수탈 경제의 산 증거
- 미완의 과거 청산과 치유의 필요성
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콘크리트 구조와 포탄 자국, 녹슨 설비 등은
‘어떤 역사를 기억하고 계승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해남 옥매광산의 과제와 앞으로의 방향
- 문화재 지정과 역사교육 활용 등 다양한 보존·활용 방안 모색 필요
- 강제동원 희생자 명단 확보, 추모사업, 기록물 보존 등 역사 재조명 필요
- 재산권과 공공성의 균형을 찾는 협력적인 해결책 마련
해남 옥매광산의 일본 건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역사의 현장이며,
오늘날에도 ‘기억과 화해’의 공간으로 남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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