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구축함 DDGX, 괴물 스펙으로 진화 중
미국이 2030년대 초 실전 배치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DDGX가 점점 덩치를 키우고 있다. 미 해군은 애초 12,000톤 안팎의 설계를 염두에 뒀으나, 최근 미 의회조사국(CRS)의 보고서에 따르면 배수량은 14,500톤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는 기존 줌월트급 구축함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무장 측면에서도 극초음속 미사일 IRCPS를 포함한 중무장이 핵심인데, 최대 96셀의 수직발사기(VLS) 중 12셀은 IRCPS로 채워질 예정이다.
IRCPS는 최대 마하 17의 속도, 2,000km 이상 사거리를 자랑하는 괴물 미사일로, 중국의 A2/AD(접근거부·지역거부) 전략에 정면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 자산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한 척당 건조비용은 최소 33억 달러, 최대 44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는 기존 알레이버크급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줌월트급처럼 고비용 구조가 대량생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사일도 ‘다품종 소량생산’서 ‘저가 대량생산’으로 전환
미국의 전략은 고성능 플랫폼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현대전은 물량전”이라는 교훈을 되새기며 미사일 무기의 가격과 생산성을 혁신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코맷(COMET) 미사일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 공군과 방산업체 로키드 마틴이 공동 개발 중인 저비용 정밀타격 미사일로, 플랫폼 유연성과 생산단가 절감에 중점을 둔다. 특히 경비행기와 수송기, 헬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발사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실질적인 물량전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경비행기에서 발사 가능한 ‘해성(Comet)’의 등장
코맷 미사일은 사거리 900km의 장거리형(D형)과 648km의 중거리형(X형)으로 나뉜다. 놀라운 것은 가격이다. 장거리형은 한 발당 15만 달러 이하, 중거리형은 10만 달러 이하로 책정되어 있다. 이는 기존 정밀유도 무기 대비 5분의 1 수준이며, 일부 헬파이어 미사일보다도 저렴하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발사 시스템을 간소화하고, 로켓 추진체를 기존 하이마스 플랫폼에 맞게 개조하는 방식까지 적용됐다. 이 덕분에 코맷은 팔레트 발사 방식으로 수송기에서도 운용 가능하며, 경비행기에도 장착이 가능하다. 즉, 미국은 F-35 같은 첨단 전투기 없이도 광범위한 정밀타격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식 ‘하이로우 믹스 전략’의 귀환
미군은 이처럼 고가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저비용 장거리 미사일을 조합한 ‘하이-로우 믹스 전략’을 다시 꺼내 들었다. 고속·고정밀 무기는 핵심 지휘시설과 전략 표적을 겨냥하고, 코맷 같은 저비용 다량 무기는 적의 방공망과 보급선, 병력 밀집 지역을 압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물량으로 승부를 본 전략의 현대판 재현이라 볼 수 있다. 미 국방부는 이미 코맷 미사일의 양산 계획에 돌입했으며, 2027년까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전면전 대비 차원에서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러시아는 ‘양보다 질’…균형 깨질 수도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고성능·고비용 중심의 군사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둥펑 계열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를 앞세우고 있으나, 대규모 물량전 수행 능력에서는 미국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자국의 미사일 생산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을 드러냈다.
미국이 다품종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반면, 중·러는 질 중심 전략에 의존하고 있어 장기전에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코맷류 미사일을 1만 발 이상 비축할 경우, 향후 분쟁 시 방공망이 포화 상태에 이르는 ‘미사일 폭격’ 수준의 작전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7년, ‘탄약 전쟁’의 분수령이 될까
나토군 총사령관은 최근 “2027년까지 탄약 비축을 끝내야 한다”는 발언으로 미국의 준비 상황을 간접 시사했다. 이는 2027년 무렵 미·중 간 전면 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일정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대만을 둘러싼 갈등이 이 시점을 기점으로 폭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이어진다.
미국은 DDGX 구축함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면서도 코맷과 같은 초저가 무기를 기반으로 양적 우위를 확실히 점하려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반면 한국 등 동맹국은 아직 이 같은 물량전 준비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향후 전시 대비 태세에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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