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육군, 차세대 ‘블랙비어드 GL’ 미사일 도입 임박
미국이 기존의 하이마스(HIMARS)와 M270 MLRS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미사일 시스템 ‘블랙비어드 GL(Blackbeard GL)’ 도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극초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800km 이상을 타격할 수 있으며, 가격은 기존 프리즘(PRSM)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미 육군은 해당 무기를 통해 향후 전면전을 대비한 장거리 포병의 양산 및 대량 타격 전략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프리즘 4의 80% 성능, 절반 이하 가격으로 대응
블랙비어드 GL은 기존 프리즘 인크리먼트 4의 약 80%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면서도 가격은 절반 이하로 줄인 신형 장거리 타격 무기다. 프리즘 4는 1,000km 사거리에 탄두 위력이 50% 강화된 고성능 탄도 미사일로 알려져 있지만, 가격이 한 발당 600만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블랙비어드 GL은 사거리 800km, 가격 100만 달러 안팎으로 설정돼 있어 장거리 화력 투사의 ‘물량전용 미사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미사일은 고정 및 이동 표적 모두 타격 가능하며, 탄도 미사일처럼 고고도에서 빠르게 낙하해 표적을 정밀 타격한다. 미국은 이를 통해 ‘싸고 빠른 미사일’을 대량 생산해 전술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스타트업이 이끄는 차세대 미사일 혁신
블랙비어드 GL은 스타트업 ‘카스텔리온(Castellion)’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스페이스X와 레이시온 등 미국 방산 및 우주 산업의 핵심 기업 출신 인력들이 2022년 창업한 신생 방산기업으로, 현재까지 시제품 개발과 시험발사를 모두 완료했다.
미 육군은 2026년 회계연도 예산에 약 2,500만 달러를 반영해 비행 테스트, 소프트웨어 검증, 발사대 통합 등 후속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카스텔리온은 예산이 확보되는 즉시 2025년 양산형 시제품 제작에 돌입하고, 2027년 실사격 시험 및 통합 검증을 거쳐 2028년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생 기업의 기술력과 미국 국방부의 과감한 투자가 결합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발사 플랫폼까지 혁신…차세대 CL 발사대 개발
블랙비어드 GL의 또 다른 강점은 발사 플랫폼의 유연성과 확장성이다. 미 육군은 하이마스나 M270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발사 플랫폼 ‘CL(Common Autonomous Multi-Domain Launcher)’을 동시에 개발 중이다. 이 플랫폼은 무인 운용이 가능하며, 다종의 미사일을 동시에 탑재·운용할 수 있다.
특히 CL-Heavy 버전은 15톤급 플랫폼으로, 24발의 227mm 로켓포 또는 8발의 블랙비어드 GL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심지어 사거리 1,600km의 극초음속 미사일 ‘오파이어스(OpFires)’도 탑재 가능하다. CL-Medium 버전은 5톤급 경량화 플랫폼으로 공중 수송이 가능하며, 중소형 전장에서도 운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통한 전술 포병 재편
미군이 블랙비어드 GL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단순히 ‘싸고 좋은’ 미사일을 확보하기 위함만은 아니다. 군단급 이상 제대에만 집중됐던 장거리 타격 능력을 대대급 포병 수준까지 하향 분산시켜, 미 전역 내 어디서든 전략적 화력 투사가 가능하도록 전술 포병 체계를 재편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은 과거 하이마스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보여준 고정·이동 표적에 대한 정밀 타격 능력과 기동성을 기반으로, 이제는 사거리를 확장하면서 더 싼 탄약으로 전장을 뒤덮겠다는 구상이다. 블랙비어드 GL이 성공적으로 전력화된다면, 기존 프리즘, 에이타큼스(ATACMS), 하이마스 등은 순차적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포병 전력의 본질적 진화…한국에 주는 시사점
이번 블랙비어드 GL 사업은 단순한 무기 교체가 아니라 포병 작전 개념 자체의 진화를 의미한다. 정밀 타격 중심이었던 기존의 고가 전력 운용 체계에서 벗어나, ‘싸고 빠른 물량형 미사일’로서의 대량 투발 체계가 강조되는 것이다. 이는 신냉전과 전면전 대비라는 미국 국방 전략의 중심축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또한 최근 천무 다연장로켓, 천궁3, 현무-2C 등 다양한 포병 및 유도탄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이러한 물량형 고성능 미사일 개발과 플랫폼 다양성 측면에서는 아직 미국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블랙비어드 GL과 같은 무기체계는 한국 군수 산업과 국방 정책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더 이상 ‘정밀함’만으로는 전면전에 대비할 수 없다는 현실, 그리고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재정적 기반이 핵심 경쟁력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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