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볼트, 핵무기의 새로운 얼굴
미국이 ‘핵무기 해외 배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이다. 기존에는 나토 핵공유 국가와 영국 등 총 6개국에만 핵무기를 배치해왔던 미국이, 이제는 전 세계 미군 기지 어디든 비밀리에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는 신형 무기 시스템을 실전 배치할 준비를 마쳤다. 이른바 ‘모바일 볼트(Mobile Vault)’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핵폭탄을 표준 컨테이너 안에 안전하게 수납한 뒤, 수송기나 헬기로 전 세계 미군 기지로 옮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B61-12 전술핵, 20피트 안에 숨는다
모바일 볼트의 핵심은 B61-12 전술핵폭탄이다. 최대 4발까지 들어가는 이 컨테이너형 경납 시스템은 외관상 일반 20피트 규격의 해상 운송용 컨테이너와 동일하게 보이지만, 내부는 고강도 보안 체계로 완전히 밀폐되어 있다. 비인가 인원이 접근할 경우 자동 방어 시스템이 작동하며, 전자식 잠금장치도 다중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실상 침입이 불가능하다.
미국, ‘핵무기=억제력’ 공식 다시 만든다
기존에는 핵무기 배치 국가에 제한이 있었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튀르키예, 그리고 최근에는 영국이 그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군산, 오산, 요코타, 미자와 등 미국이 세계 각지에 보유한 공군기지라면, 어떤 곳이든 이 모바일 볼트를 배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핵 배치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도, 전략적 억제력을 극대화하는 미국식 핵운용 전략의 진화를 상징한다.
“저 컨테이너 안에 혹시 핵무기?” 억제 효과는 극대화
이 새로운 전략의 무서운 점은 바로 불확실성이다. 어떤 미군 기지에, 어떤 컨테이너 안에 실제로 핵무기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주변국을 불안하게 만든다. 특히 한국의 군산기지, 오산기지, 일본의 가데나, 요코타, 미자와 기지 등 동북아시아의 주요 거점에 이 컨테이너가 배치되면, 사실상 핵무기의 실시간 이동 배치가 가능한 셈이다.
韓 정치권, 전술핵 재배치 논란 다시 부상하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정치에도 파장을 예고한다. 이미 지난 보수 성향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이뤄졌던 바 있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핵무기 재배치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미국이 비공식 핵 배치 시스템을 완비하면서 한반도 내 핵 존재 가능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핵무기=컨테이너”라는 공포… 냉전의 그림자 다시 떠오르나
결국 이 모바일 볼트는 ‘어디에든, 누구든, 언제든’ 핵을 배치할 수 있다는 미국의 전략적 선언과 같다. 냉전 시대처럼 공공연한 배치가 아닌, 은닉과 이동이 자유로운 비밀 병기로서의 핵무기는 북한, 중국, 러시아와의 긴장 국면 속에서 미국의 새로운 억제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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