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억5천만 달러짜리 실수? 체코의 선택이 부른 진통
체코가 프랑스의 세자르(Caesar) 자주포를 선택한 건 2021년이었다. 당시 체코는 노후화된 다나(DANA) 자주포를 대체하기 위한 방산 현대화 작업의 일환으로 62문에 달하는 세자르 자주포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3억3500만 유로로, 체코 방산 역사에서 손에 꼽힐 만큼 큰 프로젝트였다. 체코 정부는 이 계약을 통해 무기 현대화뿐 아니라 현지 생산 및 기술 이전이라는 산업적 이점도 노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체코는 기대와 전혀 다른 현실에 직면해 있다. 납품 지연, 성능 미달, 호환성 결함이라는 3중고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이 계약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계약의 절반 이상인 약 3억1500만 달러를 선급금으로 지급한 체코 정부는 결국 프랑스 KNDS에 강경한 경고 서한을 보내며 결단을 예고했다.

성능 미달·자료 누락…체코를 곤혹스럽게 만든 세자르
체코가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은 지점은 자주포의 성능이다. 2025년 실시된 군사 평가에서 세자르 자주포는 핵심 성능 기준 대부분을 충족하지 못했다. 특히 사거리, 사격 효율성, NATO 기준 탄약과의 호환성 등 실전 운용에 필수적인 항목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프랑스 측은 필수적인 화력통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체코군이 자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권한조차 얻지 못한 상황이다.
체코 국방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세자르가 NATO 작전에서 활용 가능한 무기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우크라이나군이 같은 세자르 자주포를 실전에 투입해 4만 발 이상을 쏘며 효과를 입증한 사례와 달리, 체코가 받은 모델에서는 왜 성능 저하가 나타났는지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이 불일치는 프랑스 측 설계나 체코 사양의 문제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환성 결함으로 무너진 현지 생산 계획
성능 미달에 이어 체코가 마주한 두 번째 벽은 호환성 문제다. 체코용 세자르 자주포에 탑재된 독일산 화력통제 시스템이 자국 생산 탄약과 호환되지 않는다는 점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체코는 이 시스템 도입에만 약 3억1천만 코루나를 지출했지만, 결과적으로 탄약과 시스템이 따로 노는 구조가 돼버렸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체코의 방산 전략 자체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결과다. 체코는 이번 세자르 사업을 통해 자국 기업 Excalibur Army, Tatra, Retia 등과의 산업 협력을 확대하고, 현지 생산 비율 4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핵심 구성품 간 호환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생산은 물론 유지보수, 장기 운용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는 체코가 의도했던 방산 자립화와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K9 자주포가 보여준 신뢰와 실적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의 K9 자주포는 체코를 비롯한 전 세계 군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1,700여 문이 실전 배치된 K9은 사거리, 발사 속도, 자동 장전 기능 등에서 고성능을 입증해왔다. 특히 폴란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총 3조 원 규모의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고 K9을 순조롭게 도입 중이다. 기후 적응성 면에서도 K9은 강점을 갖는다. 혹한의 노르웨이, 핀란드에서 검증받았고, 고온의 인도와 이집트에서도 문제 없이 운용되고 있다.

가격도 경쟁력 있다. 세자르 자주포가 문당 약 80억 원에 달하는 데 비해, K9은 약 50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성능, 가격, 납기까지 세 요소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K9은 체코 입장에서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체코의 딜레마, 현실적인 선택은?
그렇다고 체코가 당장 K9으로 급선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70억 코루나의 선급금이 투입된 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정치적·재정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다. 또한 체코 방산업체들과의 협력 계획도 취소된다면 정치적 파장이 상당할 수 있다. 현 체코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체결된 이 계약에 대해 일정 거리를 두고 있지만, 책임론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야나 체르노호바 국방장관은 “이번 계약은 납품 지연과 계약 파기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서는 프랑스 KNDS에 계약 이행 압박을 가하며 문제 해결을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체코는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시점에서 K9 자주포는 가장 신뢰도 높은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성능도, 납기 신뢰도도 증명된 무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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