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중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공중전 양상이 급변하고 있다. 러시아는 R-37M이라는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이용해 400km 밖의 적기를 격추하는 ‘원거리 저격’식 전투를 현실화시켰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도그파이트 대신, 미사일을 먼저 발사한 쪽이 유리한 일종의 ‘선빵전’으로 전장이 바뀌고 있다.

중국 역시 PL-15 장거리 미사일에 AESA 유도 시커를 탑재하며 장거리 교전과 전자전 대응 능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더 나아가 F-35A가 적기를 탐지하고, 후방의 F/A-18E/F가 AIM-174B 미사일을 발사하는 협동교전 체계까지 실전에서 활용하고 있다. 전 세계 공중전 기술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한국도 그 변화에 발맞추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의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 현실과 과제
한국은 2025년부터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 미사일은 유럽의 미티어(Meteor)보다 뛰어난 사거리와 성능을 목표로 하며, 덕티드 램제트 엔진 기술이 핵심이다. 덕티드 램제트는 연료 효율이 높아 장시간 고속 비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개발이 완료되면 1차 양산까지도 계획돼 있지만, 실제 배치까지는 10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이는 KF-21 보라매 전투기의 양산 시기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는 부분이다. 즉, 전투기는 먼저 실전에 배치되는데 정작 초장거리 교전을 위한 무기는 그 이후에야 갖춰진다는 뜻이다. 이러한 시간 차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L-SAM 요격미사일, 공대공 전환 가능성 주목
이 시점에서 주목받는 무기가 바로 L-SAM 대항공기 요격탄이다. 본래는 고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지대공 미사일이지만, 이를 공대공 미사일로 전환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L-SAM의 사거리는 150~200km 이상이며, 최대 요격 고도는 50~60km, 속도는 마하 7 이상이다.

이러한 제원은 현재 공중전에서 요구되는 초장거리 교전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특히 이 미사일은 탄도미사일 방어에 활용되는 기술이 적용돼 고속 기동성 표적도 요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미국이 SM-6 함대공 미사일을 AIM-174B라는 공대공 미사일로 전용해 성공한 것처럼, 한국도 L-SAM을 공중 발사용으로 개조하는 전략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F-21과 L-SAM의 결합이 가지는 전략적 의미
L-SAM이 KF-21에 탑재되면, 한국은 즉시 초장거리 공중전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미티어나 IRIS-T 같은 기존 미사일도 성능이 우수하지만, 장거리 교전이 가능한 무기는 아닌 상황이다. KF-21은 최대 2~4발의 L-SAM 기반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적 전투기보다 먼저 탐지하고, 훨씬 먼 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는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운용하려면 조기경보기와의 데이터 연동이 필수다. 현재 운용 중인 E-737 피스아이의 탐지 정보와 KF-21이 연동되면, 미국의 협동교전처럼 선진 공중전 체계도 구현 가능하다. 단순히 미사일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공중전 전체 구조를 바꾸는 발걸음이 될 수 있다.

협동교전과 데이터링크가 열 미래 전장의 문
궁극적으로는 데이터링크와 협동교전 체계가 미래 공중전의 핵심이 된다. 한국형 장거리 미사일과 조기경보기, KF-21 간의 실시간 데이터 공유가 가능해진다면 단순한 무기 국산화 수준을 넘어선다. 이는 네트워크 중심 전장에서 전투기, 조기경보기, 미사일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전투 환경을 의미한다.
한국이 이 구조를 구축하게 되면, 단순한 방어력 향상을 넘어 주변국 대비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KF-21이 센서기반 제어 기술로 기동성에 강점을 가졌다면, 장거리 유도탄과의 결합은 타격 능력의 대형 도약이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L-SAM의 공중 발사 전환이라는 아이디어가 있다. 이는 단순한 무기 변경이 아니라, 공중전 패러다임을 새롭게 쓰는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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