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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한봉지 때문에 귀순 결심” 전투기 타고 한국으로 온 북한 대위 조종사의 정체

군대 밀리터리 분석가 조회수  


1983년 2월 25일, 북한 공군 조종사 이웅평 대위가 미그-19 전투기를 타고 남한으로 귀순했다. 당시 한국 사회는 물론 한반도 전체를 뒤흔든 이 귀순 사건은 단순한 이탈이 아닌 체제의 민낯을 드러낸 반전의 드라마로 기록됐다. 귀순 후 국군 대령까지 진급한 이웅평은 2002년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선택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북한의 엘리트 조종사, 남한을 꿈꾸다

이웅평은 1954년생으로 북한 김책공군대학을 졸업하고, 조선인민군 공군 1비행사단의 책임비행사로 복무 중이었다. 그는 체제 내에서도 선망받는 엘리트 조종사였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는 북한 체제에 대한 회의와 환멸이 쌓여 있었다. 단순한 생존이나 개인적 탈출이 아닌, 그에게 귀순은 일종의 ‘고발’이었다. 북한의 허위 선전과 김일성 유일체제에 대한 내부자의 저항이자 폭로였다.


모든 것은 라면 봉지에서 시작됐다

그의 귀순을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는 놀랍게도 하나의 라면 봉지였다. 동해 연안 비행훈련 중 남한 해안에서 떠밀려온 라면 포장을 우연히 발견한 이웅평은 그 안의 문구들에 충격을 받는다. ‘변질된 제품은 교환 가능합니다’, ‘소비자 보호’와 같은 문구들은 그가 북한에서 교육받은 남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단순한 식품 하나에 깃든 남한의 소비자 중심주의와 물질 풍요는 체제 선전에 물든 그의 인식을 뒤흔들었다.


북침 교육과 전시 선포…귀순의 명분을 더하다

라면 봉지는 단초였을 뿐이다. 이웅평은 북한 내 사상교육의 허구성에 이미 깊은 불신을 갖고 있었다. 그는 귀순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남한이 북침을 준비하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무장훈련을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983년 2월 1일, 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러한 사태는 단순한 체제 불신을 넘은 ‘탈북의 명분’을 그에게 제공했다.


900km를 날아온 자유의 비행

귀순 당일, 이웅평은 평안남도 개천 비행장에서 훈련 명목으로 미그-19 전투기에 탑승했다. 오전 10시 30분경, 편대를 이탈한 그는 저고도로 남쪽을 향해 돌진했다. 고도 50~100m를 유지하며 지형을 타고 날아온 그의 비행은 레이더를 피하기 위한 치밀한 작전이었다. 시속 900km에 가까운 속도로 진입한 이웅평은 대한민국 공군의 요격 전투기 F-5를 만나 귀순 의사를 밝혔고, 결국 수원공군기지에 무사히 착륙한다. 이는 냉전 시기 한반도에서 벌어진 가장 상징적인 ‘하늘길 귀순’이었다.


보상금 15억 원과 ‘실전 가치’ 높은 전투기

그가 몰고 온 미그-19는 단순한 항공기가 아니었다. 소련이 설계하고 북한이 운용하던 이 전투기는 냉전 당시 공산권의 공중 전력을 상징하는 장비였다. 한국군은 해당 전투기를 정밀 분석했고, 이는 이후 공군의 교리 및 장비 발전에도 영향을 줬다. 이웅평은 귀순 보상으로 약 15억 원의 보로금을 수령했다. 이는 당대 귀순자 보상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이었으며, 군수장비를 동반한 귀순의 실질적 가치를 상징했다.


국군 공군 대령으로, 그리고 조용한 죽음

1985년, 이웅평은 국군 공군 소령으로 특별 임관되며 제2의 군사 인생을 시작한다. 그는 북한 군 출신이라는 경력을 인정받았고, 국방부와 정보기관의 대북 분석 부서에서 활동했다. 이후 1987년 중령, 1996년 대령으로 진급하며 ‘귀순 장교’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군 내부에서도 신변 안전 문제와 극도의 경계 속에 생활했다고 전해진다. 2002년, 그는 향년 47세의 나이로 지병으로 사망했으며, 그의 장례는 조용히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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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밀리터리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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