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군용차량 사업에 부는 ‘현마 바람’
한국이 한때 탈락의 아픔을 겪었던 영국 K9 자주포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번에는 영국 국방부가 추진 중인 약 1.4조 원 규모의 군용차량 입찰에서 기아자동차의 ‘현마’ 전술차량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병력의 신속한 배치를 위한 기동 전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기존 랜드로버 디펜더는 방탄 능력이 없어 더 이상 실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영국은 1차로 1,400여 대의 군용차량을 도입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도입 수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의 현마가 이 기회를 잡는다면, 단순 수출을 넘어 유럽 전장 환경에 최적화된 신뢰받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폴란드에서 검증된 신뢰, 현마의 유럽 데뷔
한국의 현마 전술차량이 영국의 눈길을 끌게 된 결정적 계기는 폴란드에서의 성공 사례다. 폴란드군은 현마를 ‘레간’이라는 명칭으로 도입해 나토 연합훈련에 투입하고 있다. 방탄형 모델은 기갑부대 주력 차량으로 활용되며, 유럽 군 당국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현마는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험비의 절반 수준 가격임에도 방탄 기능을 갖췄고, 유럽산 전술차량과 비교해도 성능이 뒤처지지 않는다. 폴란드는 향후 3,000대 이상의 현마를 도입할 예정이며, 일부는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이처럼 유럽에서 실전 운용을 통해 신뢰를 쌓은 현마는 자연스럽게 영국군의 차세대 차량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 업체의 한계, 한국산의 경쟁력 부각
영국 군용차량 입찰에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전통 강자들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생산 효율성과 비용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벤츠 G-Wagon은 수작업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연간 생산량이 제한적이다. 이탈리아 LMV 차량도 성능은 우수하지만 가격이 높아 예산 대비 효율성이 낮다.
반면 한국의 현마는 다르다. 이미 수년간 한국군에서 양산돼 왔으며, 16종 이상의 파생형이 개발돼 있어 다양한 작전 환경에 대응 가능하다. 연간 수만 대 생산이 가능한 기아자동차의 생산력도 유럽 업체와 비교할 때 우위에 있다. 예산이 한정된 영국 입장에서는 빠르게 납품 가능한 한국 차량이 더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우핸들 완비한 현마, 영국시장 진입 준비 끝
한국의 현마는 영국에 맞춰 우핸들 모델도 이미 준비돼 있다. 이는 차량의 기반이 모하비 플랫폼인 덕분이다. 또한 기아는 호주 시장 진출을 위해 타스만 픽업트럭 우핸들 모델도 이미 개발한 바 있다. 반면 독일이나 이탈리아 업체들은 우핸들 모델을 새로 개발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점에서 한국은 이미 영국 시장을 위한 사전 준비가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는 폴란드에 차량 공급 후 불과 1년 만에 현지 조립체계를 구축하며 기술 이전과 생산 설비 지원도 입증한 상태다. 이는 영국 정부가 ‘현마’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단순히 차량만 파는 것이 아니라, 생산 기반까지 함께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은 영국의 정책 방향과도 잘 맞는다.
세계 90조원 시장 겨냥, 전략적 재기의 기회
기아는 이번 영국 입찰을 단순한 수출 계약으로 보지 않고 있다. 현재 군용차량 시장은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대 중이며, 2030년까지 약 9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영국이라는 군사 강국이 한국의 현마 차량을 실전에 배치한다면, 이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엄청난 신뢰도 상승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방탄형 현마와 비방탄형 타스만을 동시에 군용 플랫폼으로 제시함으로써 다양한 수요에 맞춘 제품군 확보도 가능해진다. 한국은 한때 K9 자주포 사업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는 영국 전술차량 시장에서의 재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기회를 살린다면, 한국은 유럽 방산 시장의 주요 공급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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