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대 규모 잠수함, 바닷속 항공모함의 탄생 배경
I‑400급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해군이 야전 지휘를 흔들기 위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잠수함 항공모함입니다. 1943년 이소로쿠 야마모토 제독의 제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로, 잠수함 한 척에 세 대의 Aichi M6A1 “Seiran” 수상 폭격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전장 122m, 배수량 약 5,900~6,500톤 규모로 1960년대까지 최대 잠수함 기록을 유지했으며, 한 척당 세계 일주 1.5회 항해 가능한 연료 탑재 능력을 갖췄습니다.

‘잠수함공모함’ 설계의 핵심 기술과 무장 구성
I‑400은 갑판 중앙에 지름 3.5m, 길이 31m 방수 격납고를 탑재했고, 내부에 수상기 최대 3대를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함의 단단한 내압 구조를 위해 피겨‑8 형태의 압력선체가 사용됐고, 120피트 길이의 공기식 캐터펄트로 수상기를 발진했습니다.
기본 무장으로는 8개 어뢰관, 140mm 갑판 포, 25mm 대공 기관포 연장 3문, 소나 흡음 도료, 레이다 탐지 장비 등이 탑재되었고, 특수 흡음 코팅으로 피탐률을 낮추려 했습니다.

Seiran 수상기, 은밀하고 강력한 공습병기
Aichi M6A1 Seiran은 수상 비행기로, 800kg 폭탄 또는 어뢰 1발을 탑재했으며, 날개와 수평·수직 꼬리날개를 접은 채 격납고에 보관 가능합니다. 이착륙 준비 시 평균 4명 승조원이 30~45분 내 수상기를 발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야간 작전을 고려해 형광 물질로 주요 부위를 표시했고, 불붙지 않은 채 이륙 가능한 시스템도 갖추는 등 세밀한 전략이 포함됐습니다.

파나마 운하와 하와이 기습 작전 구상
I‑400급은 파나마 운하의 관문 파괴 극비작전(Operation Cherry Blossoms at Night) 수행을 목표로 설계됐습니다. 미 서해안 도시 및 파나마 운하를 공습하는 계획이었으나, 전쟁 말기 일본의 패망으로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Ulithi 기지 공격(Operation Arashi) 계획이 준비되었으나 역시 실행 직전 일본의 항복으로 무산되었습니다.

실전 한계와 미군 평가
비록 I‑400급은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 전투에는 투입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전쟁 종료 후 미군에 의해 억류되어 분석된 뒤, 냉전 시 소련 유입을 막기 위해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침몰(Scuttle) 처분됐습니다.
미 해군은 당시 I‑400급을 관찰하며 그 규모와 성능에 주목했지만, 수면 위 항속 성능과 느린 잠수 속도, 풍향에 약한 조종성 등 여러 운용상의 한계도 지적했습니다.

잠수함공모함의 위상과 현대 영향력
I‑400은 “수중 항공모함”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전략적 개념의 원조격 사례로 평가됩니다. 당대 미군 항공모함마저 위협할 수 있는 구상으로, 훗날 핵잠수함이 항공모함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개념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실제 탐지된 잔해는 하와이 인근에서 발견되었으며, 미 해양 연구진은 I‑400, I‑401의 잔해를 보고하면서 규모와 설계의 독창성에 감탄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I‑400급 잠수함이 남긴 의미와 역사적 평가
I‑400급은 이론상 미 본토 атак(공격) 가능 무기였지만, 실전미투입으로 역사 속에 ‘계획만 남은 괴물 무기’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잠항 중 항공기 발진·회수 구조, 초장거리 작전능력, 방수 격납고 탑재 설계 등은 세계 잠수함 설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이후 수십 년간 주요 전략 무기 개발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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