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서 물자가 떨어진다, 그것도 차량이
대한민국 공군에는 단 한 곳, 전군 유일의 ‘공중 투하’ 전문 부대가 있다. 바로 공군 제60수송전대의 공정화물의장사다. 이 부대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보급물자 박스 투하를 넘어, 군용 차량을 비행기에서 낙하산과 함께 투하하는 임무까지 수행한다. 다소 영화적인 장면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고도의 정밀성과 안전성이 요구되는 작전이며, 전시에는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수송 전략이다.

수송기의 배를 열면, 군용차가 하늘을 난다
이 작전에 투입되는 항공기는 ‘C-130H 수송기’ 또는 연장형인 ‘슈퍼 허큘리스’다. 이 거대한 수송기의 적재 공간에 대형 군용차가 실린다. 군용차는 ‘플랫폼’이라는 구조물 위에 고정된 상태로 낙하산과 결합된다. 주로 G-11B라는 초대형 낙하산이 3~8개까지 사용되며, 차량 하단에는 충격 흡수를 위한 허니콤 구조체가 층층이 배치된다. 무게는 5톤이 넘고, 낙하 중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이 정교하게 적용된다. 수송기 후방 도어가 열리는 순간, 낙하산이 펼쳐지며 군용차가 하늘을 날아 지상에 안전하게 내려앉는다.

공정화물의장사, 조용하지만 정예요원
이 임무를 수행하는 ‘공정화물의장사’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지만, 이들의 기술력은 미군과도 협력할 만큼 세계적인 수준이다. 낙하물의 무게중심(CG), 충격 흡수 구조, 낙하산 계산 각도, 안전 분리장치 등 모든 요소가 오차 없이 준비되어야 하며,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낙하 직후 지상 풍속에 따라 차량이 전복되거나 낙하산에 끌려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자동 분리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다.

단순 박스가 아니다, 특수작전용 고무보트부터 식량까지
투하되는 물자는 차량뿐 아니라 통신장비, 탄약, 식량, 의약품, 심지어 특수작전용 고무보트까지 다양하다. 공정화물의장사들은 물자의 종류에 따라 저속투하, 고속투하, 자유낙하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의장 작업을 진행한다. 예컨대 의약품은 저속으로, 전투식량은 고속 또는 낙하산 없이 자유 낙하가 적용된다. 실제로 날계란을 포장해 투하하는 시범도 이뤄진 바 있으며, 깨지지 않고 착지하도록 설계된 기술력은 이들의 숙련도를 방증한다.

쓰던 낙하산을 개조해 다시 쓴다
투하 작전에서 사용되는 낙하산은 대부분 고가이며, 일부는 사용 기한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공정화물의장사들은 이를 수리하고 개조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F-5 전투기의 감속 낙하산은 일정 횟수 이상 사용하면 폐기 대상이 되지만, 이를 분해해 화물용 낙하산으로 개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재탄생한 낙하산은 새로운 화물 투하 작전에 재활용된다. 낙하산의 크기와 재질, 그리고 봉제 상태를 일일이 점검하고 바람을 불어넣어 공기 흐름을 확인하는 절차까지 거치며 철저한 안전성을 확보한다.

공군의 숨은 힘, 보급의 마지막 관문
전쟁터에서 가장 무서운 건 총알보다 ‘보급 끊김’이라는 말이 있다. 탄약, 식량, 의료품이 전방에 도달하지 못하면 승패는 바뀌기 마련이다. 공정화물의장사들은 그 최전방 보급의 마지막 관문을 책임지고 있다. 그들이 의장한 화물이 정확히 떨어지는 순간, 누군가의 생명이 연장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하늘 위 300m, 눈에 보이지 않는 작전 속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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