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역 보급병, 중국 정보기관과 연결되다
2024년 대한민국 국방 안보를 뒤흔든 충격적인 군사 기밀 유출 사건의 중심에는 한 현역 병사가 있었다. 이 병사는 단순한 내부자 배신을 넘어, 출생부터 중국과 긴밀한 연결고리를 지닌 인물로 밝혀지며 더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군검찰은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공문을 통해, 기밀 유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현역 A병장이 2003년 중국에서 출생한 중국계 병사였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 병사는 한국인 부친과 중국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외조부는 2005년까지 복무한 중국 로켓군 장교 출신으로 알려졌다. 어릴 적 약 5개월간 한국에 거주했던 이 병사는 대부분의 삶을 중국에서 보냈고, 결국 2023년 12월 입대 후 보급병으로 복무하면서 중국 정보기관과 접촉해 군사 기밀을 넘겼다.

휴가 중 만난 첩보조직, 침투는 이미 시작됐나
A병장은 전방 부대에 배치된 이후, 군사 물자 흐름과 훈련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보급병 직책을 맡고 있었다. 특히 주한미군과 관련된 한미연합훈련 지원 업무를 담당하면서, 주요 주둔지 명칭·병력 증원 계획·정밀타격 표적 등 고급 군사정보를 취급하게 된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그는 복무 중 받은 휴가를 이용해 중국에 방문했고, 이 과정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연합참모 군사정보국 천진 공작처의 공작팀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한 개인의 이적행위가 아닌, 조직적인 스파이 활동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방첩사령부는 이 병사가 수차례 중국 공작원과 통신한 정황과 송금 내역 등을 확보해 구속수사를 진행했다.

알리페이로 받은 1,700만 원…사이버 간첩의 그림자
군검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A병장은 중국 측으로부터 2023년 8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약 1,700만 원을 알리페이를 통해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가로 유출한 정보는 단순한 부대 편성 수준이 아니라, 실전 상황 시 핵심 타격 대상이 될 주요 군사 시설 좌표와 병력 증원 시나리오가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유사시 미국의 증원 전력 배치 계획까지 포함돼 있어, 이는 단순 기밀 수준을 넘어 한미 연합작전의 전략적 구성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정보였다. 사이버 공간을 통한 간첩 활동이 현실화된 사례로, 적은 금액으로도 군사적 가치가 막대한 정보를 빼낸 셈이다.

국내 거주 경력 5개월…출신 배경 검증 실패
이 사건은 군 내부 보안망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바로 병역 대상자에 대한 신원 검증의 허점이다. A병장은 공식적으로는 한국 국적자이지만, 실질적인 생활 기반은 중국에 있었다. 국방부는 입대 과정에서 가족관계 등록부와 간단한 병무청 기록만으로 징집 여부를 판단하고 있어, 그의 출신지·실거주지·가족 직업 등 주요 배경이 사실상 검증되지 않았다.
특히 외조부가 중국 로켓군 출신이라는 점은 명백한 보안 리스크였지만, 이를 걸러내지 못한 시스템 부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병사는 방첩 사령부에 의해 적발될 때까지 별다른 의심 없이 군 복무를 이어갔다.

중국의 조직적 공작, 한국군 내부 침투 노림수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간첩 행위 이상의 함의를 가진다. 중국이 한국군 병사들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침투 작전을 감행하고 있다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군사 정보기관은 한국인의 가족이나 혼혈 자녀 등 ‘합법적 국적 보유자’를 타깃으로 삼고 있어, 국내 법망을 교묘히 회피하고 있다.
A병장 역시 법적으로는 한국인으로 복무가 가능했지만, 실상은 중국 조직과 연결된 ‘합법적 스파이’였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방부가 병역 대상자에 대한 다층적 신원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며, 특히 복수 국적자·해외 체류 경력자 등에 대한 별도 심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건 이후의 대응, 그리고 남은 과제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병사 보안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전방 보급병과 같은 전략적 위치에 배치되는 병사에 대해 사전 검증을 강화하고, 휴가 시 해외여행 제한 등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히 병사 1인의 일탈로 보기 어려운 구조적 취약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국정원과 방첩사령부는 중국 외에도 북한·러시아가 SNS, 암호화 메신저 등을 통해 한국군 병사들과 접촉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국방의 마지막 보루는 내부자 보안이다. 단 한 명의 이적행위가 한반도 전체 안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한국 안보 시스템 전반에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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