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미줄처럼 얽힌 북한 방공망의 실체
북한의 방공 체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다층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대 사거리 300km에 달하는 구소련제 SA-5 미사일을 중심으로, 사거리 48km의 SA-2, 35km의 SA-3 등 각기 다른 성능의 지대공 미사일 수백 기를 촘촘히 배치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다중 대공방어망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평양에는 SA 시리즈 미사일과 함께 고사포 수백 문이 함께 배치돼 있어 공군기가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물량을 넘어 통합 지휘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으며, 미국조차도 “위협적인 수준”이라 평가한 바 있습니다.

전자전기 없이 뚫기 어려운 북한의 방패
한미연합 공군이 북한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해선, 우선 전자전 주도권이 필수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공군은 전자전기 없이 미군의 EA-18G 그라울러나 전자전 수송기의 지원에 의존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방부는 2034년까지 약 1조 9천억 원을 투자해, 독자적인 전자전기를 개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사업은 단순한 항공기 개조를 넘어, 국산 전자전 장비와 항공 플랫폼 통합이라는 기술적 도약을 의미합니다.

글로벌 제트기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은 이번 사업에서 미그기처럼 고속 기동하는 전투기가 아니라 글로벌 6500 비즈니스 제트기를 기반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전자전기의 임무는 적진 깊숙이 침투해 교란하는 ‘에스코트 재밍’이 아닌, 원거리에서 전파를 차단하고 통신을 교란하는 ‘스탠드오프 재밍’이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6500은 항속거리 1만km, 체공시간 11시간을 자랑하며, 넓은 전자전 장비 장착 공간과 전력 공급이 가능한 기체 구조로 적합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장시간 작전 지속이 가능한 플랫폼을 갖추게 되는 셈입니다.

전자전 장비 국산화가 핵심
전자전기의 성패는 결국 탑재 장비의 성능에 달려 있습니다. LIG넥스원이 중심이 되어 개발 중인 ALQ-200 계열 장비는 KF-21에 통합된 전자전 체계를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입니다.
이 장비들은 적 레이더 주파수를 실시간 분석하고, 대응 전파를 쏘아 적의 추적과 통신을 방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KF-21에도 탑재된 이 시스템은 이미 실전적 성능 검증을 거쳤으며, 향후 블록1과 블록2로 나뉘어 총 4대의 전자전기를 통해 국산화된 전자전 편대 전력이 확보될 전망입니다.

한미 공조에서 독자 전자전으로
전자전기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독자적 제공권 확보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공군의 제공권 장악을 위해 미군의 전자전 자산에 크게 의존해왔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례에서도 보듯, 전자전 역량이 부족하면 현대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습니다. 한국이 전자전기 확보에 나선 것은 미래 전장 주도권을 스스로 갖겠다는 선언입니다. 더 나아가, KF-21, KFX 무기 체계, 그리고 국산 유도무기 체계와의 통합 운용까지 고려한 전략적 수순으로 평가됩니다.

전자전이 바꿀 전쟁의 판도
전자전은 단순히 적 통신을 방해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현대 전장에서 전자전은 적 방공망 마비, 정밀 유도무기 무력화, 사령부 통신 차단 등 모든 전술의 시작점입니다.
이번 사업은 대한민국이 ‘전자전 독립국’으로 진입하는 신호탄이며, 무력 충돌을 억제하는 비물리적 전략 무기로서의 가능성을 엽니다. 미국처럼 공격용 전자전기와 수송형, 함정형 장비를 고르게 갖추게 되면, 한국은 진정한 입체 전자전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추진 중인 K-전자전기 사업은 단순한 항공기 개발이 아닌, 대한민국 국방력의 체질 개선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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