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적 설계, 미래 전장 변화 발목 잡나
한국 방위산업계가 오랜 기간 강조해온 무장 국산화 전략이 최근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KF-21과 같은 차세대 전투기 개발은 의미가 크지만, 정작 장착될 공대공 미사일 등 핵심 무장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외산 무기 복제에 가까운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무장 개발 구조로는 세계 무기 시장의 급격한 기술 발전과 미래 전장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수요자 요구도, ‘변화보다는 안전’에 치중
문제의 핵심은 군 당국의 작전요구조건(ROC) 설정 방식에 있습니다. 실제 필요보다 외산 무기와 비교해 ‘동일 또는 비슷한 사양’을 기준으로 삼는 보수적 사고방식이 지배적입니다. 이로 인해 개발 위험 최소화, 조기 실전 배치를 명분으로 10년, 20년 전의 무기를 그대로 복제하거나 일부 기능만 변화시켜 공급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런 관행은 선제적 기술 혁신보다 ‘복사-붙여넣기’에 가까운 결과를 양산합니다.

비판 받는 국산 무기, 미티어-IRIS-T 단순 모방 그쳐
대표적인 사례가 KF-21의 장착 예정인 ‘한국형 미티어’와 단거리 공대공 유도탄(단거리-II) 개발에서 나타납니다. 공개된 형상·사양이 유럽 MBDA ‘미티어’나 독일제 ‘IRIS-T’와 거의 유사하며, 기동성·중량·탐지 방식에서조차 의미 있는 차별점이 부각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단거리-II의 경우 이미 세계 표준이 된 데이터링크(WDL) 기능조차 빠져 있습니다. 이는 2032년 개발 완료 후 실전 배치되는 시점에도 한 세대 이전의 무기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 전망을 낳습니다.

핵심 기능 생략—기술력 저평가 악순환
문제는 단순한 설계 복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미 국내 연구기관에서 확보한 근본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안전성 명분으로 필수 기능의 적용이 늦어지거나, 빠지기도 합니다. 데이터링크 부재, 스텔스 무장창 최적화 부족 등은 실질적으로 완성된 무기의 경쟁력을 떨어트립니다. 이로 인해 “애써 만든 국산화 무장이 진짜 필요할 때 실전에서 불완전하게 쓰일 수 있다”는 회의론도 커집니다.

양산·수출 시점에서 ‘기술 격차 20년’ 우려
이런 보수적 전략이 당장 개발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실제 양산과 수출 시기에는 세계 트렌드와 기술 격차가 10~20년으로 벌어진다는 경제·안보적 손실을 자초합니다.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는 셈이며, 결국 “외산 대체” 명분만 앞세운 ‘모조품 국산화’라는 혹독한 비판을 피하기 힘듭니다.

업계 내부와 외부의 깊어지는 우려
방산업체와 기술진 사이에서도 이 같은 한계는 널리 공유되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다면 더 대담한 설계, 도전적인 기술 발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미 보유한 AESA 레이더 등 일부 첨단 기술은 부처 또는 업체 간 중복 투자 논란만 키울 뿐, 전체 무기 개발에 유효하게 융합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관리·조달 시스템 변화 없이는 ‘혁신’도 요원
문제의 근본 원인은 국방 정책 당국의 안전지향적 발주 관행과, 현장에서 혁신적 설계를 수용하지 못하는 무기체계 조달 시스템에 있습니다. 현장의 연구자들은 “실패해도 괜찮으니 새로운 시도를 해달라”는 수요자의 주문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2류 국산 무장이 계속 양산되는 악순환이 멈추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국내 기술력 폄하, 자강 의지 훼손까지 번진 불신
이런 상황이 거듭될수록 국내 무기 연구진, 개발사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기술은 결국 외산 베끼기밖에 못 한다”, “혁신과 개량은 타국 산업의 몫”이라는 냉소가 늘어나고 있고, 국방력의 자주성·혁신 역량이 점차 약화될 우려도 큽니다.

근본적 변화와 혁신 없이는 재도약 어려워
한국형 미사일, 국산 주요 무장 개발은 결코 단기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장기적 과제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지나치게 보수적인 설계와 외산 무기의 단순 복제에만 머무른다면, 한국 K-방산의 지속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변화를 두려워말고, 주체적으로 세계 기술 리더십에 도전해야 한다”는 업계·연구계의 뼈 아픈 비판을, 이제 국방 정책과 무기 개발 현장에서 진지하게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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