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경 500m에 카페 173개”… 일매출 50만 원의 서울 카페 지옥, 그 실체
가산디지털단지, 서울에서 ‘카페 폐업 1번지’로 불리는 이유
가산디지털단지는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오피스 밀집 지역이자 산업단지다. 수십만 명의 직장인들이 모이는 ‘최대 직주근접지’답게, 지하철과 도로, 다양한 먹거리, 쇼핑, 그리고 ‘카페’가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 됐다.
하지만, 이곳은 카페 예비사장들에게는 “카페 사장 지옥”으로 불리는 지역. 실제로 반경 500m 내에 크고 작은 카페만 173곳에 달한다. 게다가 글로벌 브랜드 스타벅스는 무려 10개 매장이 단일 상권에 밀집해 있다. 언뜻, “차라리 커피로 금을 캐겠다”는 농담이 통할 것 같지만, 현실은 처참하다.
가산디지털의 카페 평균 일매출은 50만원 정도에 그친다. 월 1,500만원 전후 수입에서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공과금, 카드 수수료, 각종 세금 등을 제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는 구조다. 최근에는 오히려 폐업자가 개업자보다 늘어나 ‘카페 지옥’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국내 최악의 카페 과밀”… 500m에 173개라는 현실
- 가산디지털단지는 ‘직장인 많은 곳=커피 잘 팔린다’는 공식 때문에, 국내 모든 카페 프랜차이즈 본사의 1순위 입점지였다.
- 스타벅스, 커피빈,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빽다방, 각종 테이크아웃·디저트 카페, 심지어 노브랜드 커피·GS25 커피코너 등 유통매장도 카페를 겸한다.
- 2025년 여름 기준, 반경 500m 안에 173개 이상의 영업 허가 카페가 경쟁 중이며, 1년 새 신규 개업 혹은 리뉴얼 오픈만 20곳, 폐업도 비슷한 수치를 기록한다.

일 매출 50만 원의 벽… “왜 망하는지 알겠다”
– ‘가격 파괴’와 임차료 폭탄의 이중고
- 상권 내 커피 가격은 2,000~6,000원대까지 무한 경쟁, 상당수 점포의 커피는 실제 마진이 1잔당 600~1,300원 수준에 불과하다.
- 소형 테이크아웃 전문점도 1층 임대료만 월 400~900만원, 관리비·수도세 포함 월 50~150만원 추가.
- 인건비(주말·평일 시간제)도 월 250만원 이상, 주휴수당, 4대 보험 의무화가 상가업 부담을 폭발적으로 높였다.
– 직장인 소비 패턴 변화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하이브리드 근무 확산으로 사무실 ‘상근’ 인구 급감.
- 주5일 출근이 사라지고, 점심·퇴근 후 전체 유입이 감소.
- 빠른 테이크아웃, 1인 1기기 미팅, 사내 편의시설 확장으로 “밖에서 굳이 커피 안 사먹는” 분위기 강화.
– 경쟁은 많은데, 차별성은 없는 곳
- 신규 창업자, 특히 ‘프랜차이즈 독립점’이 대출로 입점했다가 한 달 만에 로열티, 각종 비용, 임대료 부담으로 손해만 키움.
- 브랜드 카페 사이에서 신메뉴, 대형화, 소형화, 디저트·술 카페 등 다양한 시도가 있으나, 실제 매장 포화로 경쟁력 유지를 실패하는 경우가 대다수.

“왜 유지되는가”… 카페 지옥의 착시와 현실
– 자영업자의 착시 효과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카페 장사가 “쉬워 보인다”는 환상에 빠져, 작은 자본과 프랜차이즈 시스템 지원만 믿고 진입한다. 하지만,
- 점포 당 최소 5,000~1억원의 초기 투자비(임대보증금, 시설비, 권리금, 인테리어, 장비, 가맹비 등)
- 고정비에 비해 턱없이 낮은 단가와 부족한 회전율(가산 권역 평균 테이블 회전수 1.2~1.5회)
- 신규 오픈 시 단골 확보가 극히 어렵고, 6개월 안에 “적자” 빠지는 구조다.
– ‘폐업도 쉽지 않다’
- 점포권리금, 설비 처분가치가 급락.
- 매물로 내놓아도 동일 상권 내 유사 점포가 넘쳐 거래 자체가 실종.
- 프랜차이즈 계약 기간(통상 3~5년) 중 해지 위약금 부담, 점포 철거 비용이 500만~1,500만원까지 붙는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지속적으로 점포 개수”만 늘리고, 본사 수익만 챙긴다는 불만도 팽배하다.
“카페 홍수”를 부른 핵심 배경
- 법적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업종.
- 집객 시설(IT기업, 대기업 등) 유치에 따라 1~2년 새 신규 창업자 급증.
- 커피·디저트 소비 성장 신화에 기대 ‘체감 경기에 역행해 창업’
- 임차료 상승->권리금 폭등->투자금 과열->폐업->무한 반복.

앞으로 이 상권, 돌파구는 없는가포화 상권 속 대응법
가산디지털단지의 “카페 173개, 일 매출 50만원의 지옥”은 커피 공화국 한국 자영업 시장의 ‘양극화’와 ‘포화’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카페 창업, 특히 오피스·상업지구 포화 지역에서의 진입은 더이상 장밋빛 꿈과 멀다.
창업자는 반드시 집객환경, 공실률, 기존 점포들의 실제 매출과 손익구조를 꼼꼼히 따져보고, 본사 또는 상권 측의 과밀 출점정책에도 현혹되지 않아야 뼈아픈 폐업 악순환을 피할 수 있다.
“커피는 넘쳐나지만, 살아남는 카페는 갈수록 줄고 있다.” 가산디지털단지의 ‘카페 홍수’는 커피 공화국 자영업 구조의 변화와, 무분별한 창업·임대 경쟁이 결국 시장에 어떤 희생을 부르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는 본사, 예비 창업자, 자영업자 그리고 정책 당국 모두 현장 상황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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