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층의 자부심, 하루아침에 사라지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의 시가지 중심에는 약 100m, 22층 높이에 빛나는 ‘캐피털 원 타워(Capital One Tower)’가 지역의 상징처럼 존재해 왔다.
1983년 준공 이후 40년 넘게 오피스 타워이자 도시의 대표 랜드마크로 군림해왔던 이 건물은, 2024년 9월 7일 새벽 몇 초 만에 폭파 철거로 먼지 속에 사라졌다. 폭발물이 곳곳에서 터지자 거대한 빌딩이 순식간에 주저앉았고, 레이크찰스 시민들은 슬픔과 아쉬움, 안도와 허탈이 뒤섞인 감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허리케인 로라로 인한 치명적 손상, 복구의 꿈도 사라지다
건물의 재난은 2020년 여름, 초대형 허리케인 ‘로라(Laura)’가 강타하며 시작됐다. 4등급이 넘는 강풍에 건물은 연속적으로 외벽이 뜯기고, 유리는 산산조각이 났으며, 내부까지 물과 바람이 들이닥쳤다. 이후 허리케인 ‘델타(Delta)’까지 이어지며 구조 전체가 취약해졌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지역 경기는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기업과 상점들이 줄줄이 나가고, 오피스 공실은 4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복구비용 ‘2,200억’, 차라리 93억 원 들여 폭파
문제 해결의 키는 ‘돈’이었다.
건물주와 지자체는 복구를 여러 번 타진했으나, 구조적 안정성과 엄격해진 건축법 기준까지 고려한 리노베이션에는 최소 1억~1억5천만 달러(약 1,300억~2,200억 원)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했다. 이는 지역 전체가 부담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금액이었다.
결국 개발사와 시는 700만 달러(약 93억 원)를 들여, 전문 폭파 방식으로 완전히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장기간 방치하면 해당 구역이 슬럼화할 것을 우려한 도시의 결단이었다.

40년 역사의 짧고 강렬했던 최후
캐피털 원 타워는 1981년 착공, 1983년 완공 당시에도 4,000만~4,500만 달러(약 570억 원)라는 거액이 투입된 대형 오피스빌딩이었다.
초기 ‘CM 타워’(Calcasieu Marine Tower)로 문을 열어 여러 차례 소유자와 이름을 바꿔가며 지역 금융·경제의 중심이 되었고, 400,000sqft(약 37,000㎡) 규모에 8개 엘리베이터와 주차장, 쇼핑가, 스카이브릿지 등 첨단 시설을 자랑했다.
하지만 2020년 재난 후 4년, 깨진 유리창을 나무판자로 덮어버틴 채 고통스런 공실과의 싸움만 지속됐다. 결국 “최소한 도시의 발목을 붙잡아선 안 된다”는 명분으로 역사적인 작별을 고해야만 했다.

허물어진 상징, 남은 건 ‘재생의 과제’
이번 철거 사건은 자연재해·팬데믹·경제 침체가 결합하면 지역의 40년 상징마저 쉽게 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레이크찰스 시민들은 지역의 빈 터를 앞에 두고 “어떤 미래를 구상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고민에 직면했다.
탑의 철거가 끝난 그 자리는 향후 호텔·복합문화시설·상업지구 등 변화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주민의 삶과 경제 회복의 딜레마
건물 철거와 더불어 지역 주민들의 생활도 큰 변화를 겪었다. 폭우와 재난으로 인한 인프라 붕괴는 기본 생활에 어려움을 더했으며, 수돗물 공급마저 불안정해 생활 고통이 심화됐다.
지역 경제 침체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상권 쇠퇴가 겹쳐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필수 생활만 겨우 이어가는 상황이다. 재건 및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와 희망 속에서 지역사회는 혼란과 불확실성을 견디고 있다.

도시 재생과 미래 산업 발전 전략
레이크찰스 시 당국과 민간 개발업체는 철거 이후 새로운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모색 중이다. 해당 부지의 재개발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호텔, 복합 문화 공간, 상업 시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한 자연재해 대비 및 지속가능한 도시 건설을 위한 인프라 강화와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가 계획되어,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지역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은 지역 정체성과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한편, 주민 참여를 통한 사회적 합의 구축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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