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덱스에 등장한 거대 전투함 모델들
2025년 5월 부산에서 열린 마덱스(MADEX) 전시회는 국내 조선업계의 전략적 야심이 드러난 자리였다. 현대중공업은 6,500톤급 대형 전투함을, 한화오션은 4,500톤급과 8,500톤급 구축함 개념을 선보였다. 겉으로는 ‘수출형 호위함’이라는 설명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중동 국가의 요구에 맞춘 맞춤형 전투함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기존 3,000톤급 호위함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커진 배수량은 대공·대함·대잠 능력을 통합한 다기능 플랫폼으로 설계된 결과이다. 수직발사체계, 스텔스 설계, 다중 타격 체계를 갖춘 이 전투함들은 사실상 구축함 이상의 위상을 가진 전력 자산이다. 이는 수출뿐 아니라 우리 해군의 차세대 함정 기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가 한국을 선택한 배경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 조선소를 주목하게 된 배경에는 전략적인 안보 고려가 있다. 기존에는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국가에서 전투함을 도입했지만, 최근에는 해상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플랫폼이 절실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사우디가 원하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국가는 극히 드물며, 특히 기술력과 납기, 정치적 안정성을 모두 갖춘 한국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지대공 및 해상 방어체계를 발전시키며 실전 운용 경험도 쌓아왔다. 이와 같은 기술 기반은 사우디의 해양 방어 전략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안보 위협과 한국 기술의 교차점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 충돌이 격화되며 중동 전체가 불안정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이란의 핵개발과 탄도미사일 전력은 사우디로 하여금 본격적인 해상 방어 체계 확보를 추진하게 만들었다.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의 일부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정황은 사우디의 경각심을 더욱 키운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해상에서 핵·탄도 위협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시급히 요구하게 되었고, 이를 가장 현실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국가가 한국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중동의 위협 현실과 한국의 기술 역량이 맞물리며 수출 기회가 열린 셈이다.
유럽 전투함의 한계와 한국의 대안
기존 유럽산 전투함들은 첨단 무기를 장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탄도미사일 대응 능력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랑스의 아스터 시스템은 아직 실전 검증이 부족하며, 스페인은 요격 능력을 갖추지 못해 차세대 전투함 경쟁에서 밀려났다. 반면 한국은 천궁-2 요격체계를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방공 능력을 이미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해상 요격 능력까지 발전시키고 있다. 해궁, L-SAM 등의 개발 역시 방공 전투함 운영에 필수적인 기반 기술로 연결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사우디가 원하는 ‘해상 방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8,500톤급 호위함의 진짜 의미
이번 마덱스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호위함’이라는 명칭을 가진 8,500톤급 전투함이다. 이는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이지스 구축함보다 큰 체급이며, 사실상 신형 전략 구축함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수출과 국내 편제를 고려해 ‘호위함’이라는 명칭이 붙었을 뿐, 실질적 성능은 대공·대함·대잠 전투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복합 플랫폼이다. 이미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 등에서 천궁-2 체계를 도입하며 방공 능력을 인정한 바 있으며, 이 기술을 함정에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은 해상용 장거리 요격 미사일까지 자체 개발 중이며, 사우디와의 협력은 단순한 수출을 넘어 공동 개발로 확장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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