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해군의 전략적 도약, 손원일급 AIP 잠수함의 탄생
2000년대 초까지 한국의 해군 잠수함 전력은 1,200톤급 장보고급(209형)으로 대표되었다. 그러나 작전지속시간, 은밀성, 무장 능력의 한계가 뚜렷했기에 북한, 일본, 중국의 잠수함 현대화와 장거리 해역 작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더 큰 배수량과 첨단 추진체계를 갖춘 신형 잠수함이 필요했다. 이 절실함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손원일급 AIP(공기불요추진) 잠수함 사업이다. 손원일급은 통상 재래식 디젤 잠수함의 단점을 극복해 한국 해군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상징적 함정이다.

AIP 잠수함, ‘침묵의 암살자’라 불리는 이유
전통적인 디젤-전기 잠수함은 배터리 소진 시 외부 공기를 흡입해 엔진을 돌려 충전을 해야 했다. 이 ‘스노클링’ 과정은 노출 위험이 커 은밀성이 저하된다. 손원일급 잠수함의 핵심인 AIP(연료전지 기반 공기불요추진체계)는 외부 공기 흡입 없이 수중에서 자체적으로 동력을 생산, 2주 이상 장시간 잠항이 가능하다. 작전 중 잠항시간이 3일 수준이던 장보고급과 달리 손원일급은 AIP 덕분에 적에게 들키지 않고 우리 주변 해역 전역을 자유롭게 작전할 수 있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표적 접근이 가능한 진정한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이유다.

손원일급 잠수함의 재원과 주목할 만한 기술
손원일급은 독일 타입 214를 기반으로 국내 환경과 운용 목적에 최적화된 중형 잠수함이다. 배수량 약 1,800톤, 전장 65m, 폭 6.3m, 작전 심도 400m 이상, 최대 승조원 32명이다. 추진체계는 연료전지와 디젤엔진 복합으로, 수중 최대속도 20노트와 항속거리 19,000km에 도달한다.
현대해전 스텔스 기준에 부합하는 저소음, 저탐지 구조와 함께, 예인형/측면배열소나 등 첨단 감시장비로 표적 300개 이상을 동시에 탐지·추적한다. 잠수함의 두뇌인 전투체계(ISUS90, 이후 국산화)는 전장 통합 네트워크로 실시간 정보처리와 지휘통제를 제공한다.

강력한 무장, 정밀 타격 능력의 진수
손원일급의 어뢰발사관(533mm) 8문은 세계적 수준의 다목적 무기체계를 운용한다.
- 구형 독일제 SUT 중어뢰, 국산화된 백상어 중어뢰 등 대잠/대수상용 무장
- 하푼 블록2 대한미사일 : 사거리 124km, GPS유도 기반. 수상함 타격
- 해성-3 순항미사일(‘한국판 토마호크’) : 최대 1,500km, 창문 단위 정밀타격도 가능한 초정밀 무기
한 척에 최대 16발 미사일 장착이 가능하다. 실전 상황에서 핵심표적, 전략시설 등 중요 목표를 은밀하게 타격하는 ‘한국판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전초이자, 대남·대중·대일 전략 대응 능력까지 제공한다.

한국 해군의 운용 전략과 변화
AIP를 갖춘 손원일급 도입으로, 한국 해군은 한반도 내 해협을 넘어 동해·남해·서해 전역에서 긴 체류 작전이 가능해졌다. 북한 잠수함 봉쇄·감시, 유사시 일본/중국 해군 전력 차단, 원거리 작전까지 운영개념이 확장됐다.
은밀성을 극대화한 ‘헌터킬러’ 작전(적 잠수함 추적 및 격침), 핵심 해상로 경계, 특수전 병력 투입, 해상 데이터 링크, 위성통신 등 첨단 센서 융합 작전이 실현된다. 한·미·일 및 연합작전 능력도 대폭 향상됐다.

국산화와 글로벌 무대의 도전
도입 초기에는 독일 등 외산 부품과 병행 개발 과정에서 수소연료전지, 상세 전기추진계, 정비 관련 어려움이 있었으나, 2020년대 들어 점진적 국산화에 성공했다. 한화, 범한머티리얼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산·학·연이 핵심기술 내재화에 함께했고, 시스템 통합 경험이 축적되며 유지·정비 인프라 성능까지 글로벌 수준을 달성했다.
현재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대형 방산기업을 필두로 중남미, 동남아, 탄소중립 함정 지원 국가를 겨냥한 수출형 AIP 잠수함(1,500~3,000톤급)이 개발되어 세계 잠수함 시장에서 K-방산 신흥 강자로 각광받고 있다.

AIP의 미래와 손원일급 계열 개량
손원일급은 2024년부터 성능개량 프로그램이 본격화됐다.
- 전투체계는 한국형 SYQ-500K로 업그레이드
- 예인소나, 소음 저감 신기술, 새 전술데이터링크(Link-22) 장착
- 수중운용 소프트웨어, 위성통신·데이터 네트워크 완비
덕분에 북한 저소음 잠수함 대응, 장거리 작전, 연합 우주단말 시스템 연동 등 현장 운용 능력이 대폭 향상됐다.

경쟁국 대비 한국 AIP 잠수함의 우위
일본, 독일, 스웨덴 등 일부 국가만이 첨단 AIP 추진체계 재래식 잠수함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비교시, 한국산 잠수함은 신속한 국산화와 고장 최소화, 맞춤형 무장, 탁월한 실시간 정보전, 실전 운용 경험에서 큰 우위를 지니고 있다. 2025년 현재, 캐나다, 폴란드, 인도네시아, 중남미 해군 등이 실전배치·수출 가능한 AIP 잠수함 경쟁에 뛰어들면서, 한국 해군의 리더십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침묵의 암살자’에서 미래 해군의 심장으로
손원일급 AIP 잠수함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한국 해군이 전략적 해양국가로 도약하는 초석이다. 저소음·은밀성·강력 무장·네트워크 지휘통제·국산화 등 모든 영역에서 “세계 수준의 첨단 잠수함” 체계를 실증했다.
장보고-III(도산 안창호급)와 이어질 신형 대형 잠수함 개발, 수출형 변형 플랫폼 등 한국형 AIP 잠수함의 미래는 한층 더 넓고 단단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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