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억짜리 전차, 그냥 버릴 수 없다
대한민국 육군이 보유한 K1A2 전차, K9 자주포, K21 보병전투장갑차 등 첨단 지상 무기들은 한 대당 수십억 원을 호가한다. 이 중 K1A2 전차는 대당 약 40억 원, 최신 개량형일수록 더 높은 단가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 전차들도 기계인 이상 고장이 나고 마모되며 수명을 다한다.
단순 고장이라면 부품 교체로 끝날 수 있지만, 장기간 혹사로 인한 심각한 손상이나 전반적인 기체 노후화가 발생하면 대대적인 ‘오버홀(overhaul)’ 작업이 필요하다.
이 때 그 중심에 서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 육군의 최정예 정비부대, 육군 종합정비창이다.

부품 하나까지 분해 후 ‘정밀 재조립’
오버홀이란 단순히 고장난 부분만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전차 전체를 부품 단위로 분해하고, 각 부품의 상태를 진단한 후 재조립하는 고난이도 작업이다. 정비 인력은 기체 전체를 해체하고, 전자 장비, 유압 장치, 궤도, 기관포, 엔진 등 모든 핵심 부품을 하나하나 점검한다. 예컨대 K1 전차는 12,000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하나라도 결함이 있으면 전투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
부품은 파손 여부에 따라 교체 또는 정비되며, 도색, 내구성 강화, 전장 환경 적응성 확보를 위한 개량까지 진행된다. 작업 기간은 통상 30일~40일 이상이 소요되며, 이 과정에서 하나의 전차가 거의 새 기체 수준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대한민국 지상전력의 숨은 버팀목
일반 국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오버홀 정비 과정은 대한민국 지상전력 유지의 핵심이다. 특히 전시 상황에서 대규모 장비 손실이 발생할 경우, 단기간에 신규 장비를 도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존 자산을 최대한 활용 가능하도록 복원하는 능력은 국방력의 ‘보이지 않는 허리’로 불린다.
육군 종합정비창은 전방 부대에서 회수된 장비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현장에서 대응이 불가능한 수준의 고장을 완벽히 복구한다.

단순 수리 넘어 개량과 업그레이드까지
최근에는 단순한 수리뿐 아니라 전장환경에 맞춘 업그레이드 개량작업도 함께 진행된다. 예컨대, 열상장비 성능 향상, 디지털 사격통제장치 교체, 장갑 강화 등도 동시에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예전 세대의 무기들이 현대 전장에 적합한 무기로 재탄생하고 있다. 실제로 K1A1 전차는 오버홀과 동시에 K1A2 수준으로 성능이 향상되며, 향후에는 K1E1, K1E2 개량형으로의 전환까지 검토되고 있다.

하루 0.01mm도 오차 없이…‘정밀의 예술’
전차 오버홀은 단순한 기계 정비가 아니라 0.01mm 단위의 정밀도와 치밀한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기관포 교정, 차체 정렬, 전자계통 오류 보정 등은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만 수행할 수 있다.
종합정비창에서는 수십 년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이 작업을 주도하며, 하루 평균 10~12시간 이상 집중 작업을 이어간다. 특히 탱크 재조립 후 각종 기동시험, 사격시험, 통신연결 시험까지 마쳐야 진짜 ‘복귀’가 가능하다.

‘버리는 게 아닌 되살리는 것’…K-정비력의 위력
국방 예산은 한정적이고, 무기 가격은 해마다 상승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상위 수준의 무기 유지정비 능력은 곧 전투력 그 자체다. 대한민국 육군 종합정비창은 단순한 수리공장이 아닌, 무기를 되살리는 재창조의 공간이며, 전시에는 전력 재건의 최전선이 된다.
군 관계자는 “1대 40억 원짜리 전차를 고장났다고 버리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린 되살리고, 개량하고, 전장에 다시 세운다”며 “이게 바로 K방산의 실체 없는 근거가 아닌 진짜 실력”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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