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공습에 멍든 러시아, 항공기 ‘흙덮개’ 보호시설 등장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에 연이어 피해를 입은 러시아가 항공기 방호를 위한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영국 국방부가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국경 근처 주요 공군기지에 ‘흙으로 덮인 돔형 격납고’를 다수 설치하며 드론 위협 차단에 나섰다.
단순한 격납고 수준을 넘어, 방폭 기능과 외부 충격 흡수 기능까지 갖춘 보호시설로, 기존 방식으로는 항공기를 지키기 어렵다는 러시아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밀레로보·쿠르스크·흐바르디스케 공군기지, 위성사진으로 포착된 구조물
이번에 새로운 격납고가 등장한 곳은 남부 밀레로보, 쿠르스크 보스토치니, 크림반도의 흐바르디스케 공군기지 등이다. 해당 지역은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워 전방 운용 기지가 밀집된 핵심 전략지로 꼽힌다.
상업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6월 초 촬영한 위성 사진에는 비행장 곳곳에 돔형 지붕의 구조물이 보이고, 일부 격납고는 흙더미로 덮여 외부 타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영국 국방부는 이를 두고 “러시아가 공군기지를 드론 위협에 맞서기 위한 장기 대응시설로 개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폭격기·조기경보기 잃고…러시아 공군 자산 9조원 피해
러시아의 이 같은 방어 전략은 단순한 준비 차원이 아닌, 실제 피해에 기반을 둔 ‘절박한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지난 6월 러시아 본토 이르쿠츠크주 벨라야 공군기지 등 5곳을 드론으로 타격했고, 그 피해 규모는 70억 달러(한화 약 9조 7000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전략폭격기 투폴레프 Tu-95MS, 조기경보기, 군용수송기 등 40대 이상의 핵심 항공자산이 파괴됐다는 점에서 러시아군의 공중전력 타격은 상당한 수준이다. 이는 단순한 국지전이 아닌, 전략 자산의 심장부가 무너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붕+흙’ 이중 방호…드론 타격 대비 러시아식 해법
드론의 주요 공격 방식은 정밀 타격보다는 파편 피해와 화재 유발에 가까운 파괴전이다. 이를 감안해 러시아는 돔형 지붕 격납고 위에 흙을 덮어 충격 흡수와 방열, 파편 차단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다.
두꺼운 방폭문까지 설치된 이 구조물은 단순한 기계식 격납고와는 차별화된 설계로, 공중 정찰과 열감지 차단에도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구조가 “가격 대비 효율적인 드론 방호수단”이라며, 향후 더 많은 러시아 기지에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소모전 양상 바뀐다…드론이 만든 ‘방어시설 재정의’
과거 격납고는 비행기 보관과 정비 공간의 의미에 가까웠지만, 현대전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쉘터’로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은 전선뿐 아니라 전략 자산 후방까지 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군대가 방호시설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미 중국, 이란, 이스라엘 등은 자폭 드론 대응책으로 지상고정시설에 대한 보강과 위장전술을 병행 중이며, 미국도 F-35 전용 격납고를 강화형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드론에 대응한 러시아의 변화, 한계도 존재
다만 흙으로 덮은 격납고라는 방식이 근본적인 해법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신속한 출격을 요구하는 전투기의 경우, 방폭문 개폐 시간과 내부 통신 지연 등의 문제가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위성 정찰로 위치가 파악된 이상, 집속탄이나 고정밀 유도무기에 대한 방어력은 여전히 미지수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이나 보조 유도 장비를 활용한다면, 러시아의 방호시설도 곧 대응력의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드론으로 당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러시아의 단기 대응책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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