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두, 왕실에서 국민 음식으로
한국에서 만두는 예로부터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왕족이나 상류층에서 향연이나 명절에만 특별히 맛볼 수 있었던 별미로 손꼽혔습니다. 만두를 빚어 조상에 드리는 풍습, 명절마다 가족이 둘러앉아 직접 만두를 만들던 전통 문화 등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만두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가족, 나눔, 정(情)의 상징으로 자리해왔습니다.
반면 중국에서는 ‘교자’, 일본에서는 ‘교자(ギョーザ)’로 불리는 그들의 만두와는 재료, 모양, 조리법에서부터 한국식 만두만의 개성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당면, 김치, 숙주, 두부, 각종 채소 등 속이 가득 들어가고, 찜·군·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한국 만두는 이미 그 역사와 맛에서 독자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만두, ‘Dumpling’에서 ‘MANDU’로 – 해외에서 문화로 인정받다
2010년대 초, 비비고(Bibigo)가 미국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에 ‘Dumpling’이라 불리던 아시아 만두 시장에 처음으로 ‘MANDU’라는 고유명을 공식 표기해 현지 유통망에 깔았습니다. 비비고는 만두 포장지와 광고, 미국 마트 냉동식품 코너, 홈쇼핑 등에서 모두 “MANDU”라는 이름을 내걸고 마케팅을 펼쳤고, 이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아시아 푸드 트렌드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특히 미국 홈쇼핑 채널에서는 “만두는 한국 왕족들만 먹던 음식이었으며, 이제는 당신도 집에서 간편하게 맛볼 수 있다”는 소개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MANDU’라는 이름은 더 이상 번역이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15년이 지난 현재, 미국 시장의 냉동 만두 카테고리에서 ‘MANDU’는 자연스럽게 고유 명사로 자리잡았고, 비비고 만두는 현지 시장 점유율이 42%에 달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영향은 유럽에도 파급되어, 독일·네덜란드 등에서도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MANDU’의 인기는 글로벌 현상이 되었습니다.

중국의 시각과 실제 반응
한편, 중국에서는 만두의 원조를 주장하며, 만두가 마치 자국의 전통을 뺏긴 것처럼 받아들이는 반응도 꾸준히 나옵니다. 하지만 정작 중국 내에서도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식 만두(특히 비비고·CJ 등)의 인기가 높아지며 ‘한국 만두’ 판매량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만두의 기원 논쟁과 달리, 소비 트렌드에서는 오히려 한국 만두의 맛과 품질, 브랜드 가치가 인정받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말로는 ‘우기면서도’ 실제로는 한국산 만두를 즐기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한국 만두가 글로벌 시장에서 진짜 영향력을 갖게 됐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만두의 세계화, 어떤 의미인가
한국의 만두가 최근 미국, 유럽, 동남아 등지에서 인기를 얻는 배경에는 차별화된 맛뿐 아니라, 건강한 이미지, 간편함, 다양한 조리법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입니다. 비건, 저칼로리, 다양한 레시피 변주가 가능한 ‘혁신형 국민 간편식’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해외 한인 사회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쉽게 이름을 기억하고, 한국적으로 “만두”라 부르며 가족·친구와 함께 나누는 일상식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비비고의 글로벌 전략처럼, 단순히 식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한국 왕족의 미식 전통을 집에서 재현한다”는 문화적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추가 가치를 주고 있습니다.

만두, “국민 음식”에서 “세계인 음식”으로
이제 만두는 단순한 분식집 메뉴가 아닙니다. 한식이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고, ‘MANDU’라는 이름 하나로 세계 시장에서 문화적, 상업적 성공 신화를 써가고 있습니다.
과거엔 ‘중국 음식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들었지만 이제는 해외 현지에서 ‘이것이 바로 한국 만두’임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만두를 둘러싼 문화적 논쟁을 넘어, 전 세계인의 미식에서 ‘한국의 손맛’과 ‘정(情)’이 당당히 인정받고 있는 셈입니다.
앞으로 만두를 비롯한 대한민국 K-푸드는 더 다양해진 제품, 더 풍부한 문화적 콘텐츠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만두’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시장과 문화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는 한국의 국민 음식, 그 변화와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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