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4세대, 미국 NGO에서 배우는 이유
최근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딸 이원주 씨는 미국 시카고의 비영리조직에서 약 6개월간 인턴으로 일했다. 그의 사례는 지금 한국 재벌가 4세에게서 두드러지는 변화의 상징이다.
과거 오너 2~3세는 대부분 대학 졸업 후 곧장 가문 회사에 들어가 단계별로 경영 실무를 경험했다. 반면, 현재 세대는 글로벌 NGO·자산운용사·벤처·교육봉사·현지 기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실무를 체험하며 자기 시야와 정체성을 먼저 쌓고 있다.
미국 대학 문화의 영향도 크다. 현지에서는 졸업장만큼 ‘실질적 인턴 경험’이 경력 설계에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하고, 이를 모범적으로 따르는 것이다.

변화의 상징: 기업가 정신에서 ‘사회공헌 리더십’으로
이런 ‘NGO 인턴십 경영수업’ 흐름에는 다음과 같은 현대적 의미가 담겨있다.
1. 글로벌 시각 및 사회문제 접근:
국제 NGO에서 일하며 실제 인종·빈곤·환경·교육 등 복합적 사회문제를 영미권 시각과 논리로 접하기 때문에, 재계 권력으로서 ‘글로벌 사회적 책임’ 의식이 장착된다.
2. 실무 역량과 네트워크:
작은 조직 안에서 직접 기획 및 프로젝트를 실현하고, 다양한 국적의 동료와 협업해 실무 리더십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3. 부모 세대와의 결정적 차별점:
이전 세대는 일찌감치 본사 입사 후 ‘실·차장→임원→경영승계’ 코스로 올라갔다. 현 세대는 그룹 입사 전, 타 분야·타 국가·타 문화에서 먼저 역량을 키우고 자기만의 경쟁력을 쌓는 것이 경영자 인증처럼 여겨진다.

실제 사례: 그룹별 대표적인 경영자 육성 코스
- 삼성: 이재용 회장은 대학 졸업 후 바로 삼성전자에 입사했지만, 그의 딸은 NGO 인턴십을 주요 성장경험으로 선택했다.
- 신세계: 정용진 회장 장남도 미국 자산운용사에서 애널리스트 인턴십을 경험했다.
- SK: 최태원 회장의 차녀는 미국에서 교육 봉사활동 등 회사 밖 경험을 중시했다.
- 두산: 박정원 회장 장남은 일본 게임기업에서 인턴을 했다.
그 외에도 과거 주로 계열사에 곧바로 입사해 ‘경영보좌’를 시작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금은 최소 1~2개 이상의 외부 조직, 특히 NGO·글로벌 기업·벤처기업 등에서 실질 업무경험을 쌓는 양상이 확대되고 있다.

왜 NGO와 사회공헌 분야에 주목하는가
이 방식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글로벌 ESG 경영 시대: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 친환경, 윤리경영을 리더십의 필수 조건으로 삼는 환경이 됐다. 기업가의 자녀들 역시 ‘사회공헌 마인드’와 변혁적 리더십을 갖출 필요성이 현실적으로 커진 셈이다. - 기업 이미지 개선 및 사회 신뢰 확보:
재벌가의 특권 이미지는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지만, 자녀가 스스로 외부에서 ‘노력하고 실무를 배우는 모습’은 긍정적 평가로 이어진다. - 실질적 경영 감각 습득:
경험이 곧 인재라는 믿음, 그리고 다양성의 경험(특히 서구의 사회문제와 해법을 옆에서 보며, 경영자의 시야가 넓어짐).

사회적 반응과 영향
사회 여론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부모세대의 ‘회사 안 경영훈련’이 한계에 달했음을 인정하고, 다음 세대 오너가가 사회와 소통하려는 진정성,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동시에 내재화하려는 노력으로 받아들인다.
단, 일각에서는 “단발성 유행에 그칠 우려”, “실제 리더십·소통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이런 경험이 단지 ‘스펙 쌓기’로 전락하지 않고, 실제 경영혁신과 사회 변화를 이끄는 밑거름이 되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미래 경영자의 새로운 ‘정석’, 사회를 배우는 현장 경험
이제 국내 재벌가에서 ‘경영자 자녀들의 NGO 인턴십’은 단순한 스펙이 아니라 필수 성장 과정이 되어가고 있다. 4세대 오너들은 더 이상 집안기업 울타리에만 갇히지 않는다. 그들은 NGO, 글로벌 기업, 현지 스타트업 등 다양한 환경에서 새로운 시각과 사회공헌 리더십을 익힌 뒤 기업에 합류한다.
이는 기업의 미래 전략 세대가 ‘단순 승계’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혁신’의 마인드로 탈바꿈한다는 신호이자, 한국 재벌가 문화의 실질적 진화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이 방식은 국가적 경쟁력 강화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책임경영의 새로운 룰로 더욱 확고히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현장 경험이 곧 진짜 경영자 역량의 핵심 ‘패스포트’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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